우리 수원교구는 온 세상에 복음을 전하라는 예수 그리스도의 지상명령을 수행하는 보편교회의 일원으로서, 받는 교회에서 나누는 교회로 거듭나고 있는 한국교회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교구는 2008년 4월 세 명의 교구사제를 아프리카 수단 남부에 위치한 룸벡교구에 파견했다. 지난 9월 1일 교구 복음화국 부국장으로 부임하면서 해외선교부를 담당하게 된 나는, 수단에서 선교사로 살아가는 사제들의 생생한 삶의 현장을 11월 27일부터 12월 9일까지 체험하고 돌아왔다.
방문에는 이재웅 신부(성남대리구 사회복음화국장)가 동행했고 수단 선교사제로 휴가와 치료를 마치고 복귀하는 이승준 신부도 함께했다. 11월 27일 여정을 시작한 일행은 먼저 아프리카 케냐를 찾았다. 현지에서 어학연수를 하고 있는 정지용 신부, 표창연 신부 그리고 현지에서 사업을 하면서 물심양면으로 우리 선교사제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는 김태석 요한 보스코 형제님이 우리를 기쁘게 맞이해 주었다.
두 명의 사제들은 수단에 선교사로 파견되기 앞서 수단과 이웃하고 있는 케냐에서 영어 어학연수를 하고 있는 중이다. 지난 10월 초에 출국해 수단에서 한 달 정도의 현장체험을 한 바 있는 두 신부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선교사로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또 그들과 함께하기 위해서는 어떤 것을 더 준비해야 할지를 체득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케냐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우리는 케냐와 수단의 국경지대에 위치한 로키쵸키오라는 도시를 경유해 수단의 룸벡공항에 도착했다. 한만삼 신부가 활주로에까지 나와 있는 모습이 보였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공항을 빠져나온 우리는 예수회원들의 공동체와 룸벡교구청을 방문했다. 룸벡교구장이신 마쫄라니 주교님은 출타중이셨기에 인사드리지 못했지만 총대리 신부님은 만날 수 있었다. 교구청 방문을 통해 나는 우리 선교사제들이 그곳에서 다른 선교사들과 좋은 관계 속에서 지내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아강그리알로 출발하기 전 시장에서 필요한 물품을 산다고 해 함께 둘러보았는데 물건 값이 보통이 아니었다. 양파 하나에 우리나라 돈으로 천 원.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시장에서 거래되는 농산물이 모두 수입된 것이라고 했다. 도대체 수단에서 생산되는 것은 무엇이 있으며, 가난한 현지 사람들은 이런 물가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스쳤다.
룸벡에서 아강그리알까지는 70Km. 그중 50Km 지점에 위치한 쉐베트까지는 일직선으로 된 대로를 지나게 되는데, 물론 비포장도로인데다 중간 중간에 길이 패어있어 차는 심하게 요동을 치며 간혹 지나가는 차들로 앞도 분간하기 힘들었다. 문득 작년에 이곳을 찾았던 방문단이 겪었던 차량전복사건이 생각났다. 아강그리알은 쉐베트에서 숲으로 방향을 틀어 울퉁불퉁 꼬불꼬불 시골길을 20Km를 더 가야 닿을 수 있다.
해가 질 무렵. 아직 도착하려면 4Km이상 남았는데 수십 명의 어린이와 청년들이 우리의 앞을 가로막았다. 본당신자들이었다. 다시 그들 곁으로 돌아오는 이승준 신부를 맞이하기 위해 나온 것이었다. 그들을 뒤로하고 다시 출발했지만 조금 가다가 더 큰 무리와 마주치게 되었다. 이번에는 플래카드까지 준비해 들고 아주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면서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 일행은 차에서 내려 30분 이상을 그들이 부르는 환희의 노래를 들으면서 먼지가 가득한 거리를 행진해 본당에 도착했다.
다음날. 30명 정도가 모여 미사를 봉헌했다. 매일 아침 그들은 성당에 모여 성무일도를 바치고 미사를 봉헌한다고 한다. 본당 옆에 위치한 보건진료소를 방문하였는데 취약한 환경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위험에 노출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고, 8년 과정으로 운영되는 학교에서는 노천에서 공부하는 아이들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20년이 넘는 내전을 겪으면서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는 삶이 어떤 것인지를 실감했다.
성당에서 20Km 더 숲속에 위치한 공소를 방문하여 함께 미사를 봉헌하였는데, 가난한 살림이지만 방문한 우리를 위하여 수수로 만든 음식을 내놓았다. 정성스럽게 마음을 담아 준비한 음식에 감사했다. 일정을 마치고 돌아가려는데 잠자고 가라고 붙잡기까지 했다. 다음날이 주일이었기에 그럴 수 없었지만 박해시대 선교사들을 대하던 우리 조상님들도 그랬을 거라는 생각을 하며 가슴이 뜨거워짐을 느꼈다.
주일 아침 한만삼 신부는 쉐베트에서 미사를 봉헌하기 위해 오토바이를 타고 출발했다. 우리들은 아강그리알에서 율동과 노래로 환상적인 뜻 깊은 미사를 봉헌할 수 있었다.
그런데 한만삼 신부가 돌아올 시간이 한참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는 것이다. 예정보다 한참 늦게 돌아와 하는 말이 오토바이 시동이 꺼져 2시간 동안 끌고 걸어 왔다는 것이었다. 지금은 건기라 덜 하지만 우기 때는 오토바이든 차량이든 한번 빠지면 한나절씩 고생하는 것은 기본이라고 한다.
한 신부의 말을 들으며 이곳에서의 삶은 인간의 사고를 뛰어넘어, 생각만이 아닌 몸으로, 마음으로, 그들과 함께할 때 진정한 선교사로서, 그분의 사랑을 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짧은 방문을 마치고 우리는 뜨거운 포옹을 하고 돌아오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떠나는 비행기를 향해 계속해서 손을 흔들던 우리 선교사제들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그들을 남겨두고 떠나는 마음이 무거웠지만, 멀고도 먼 그곳에서 용감하게 복음을 전하는 우리 사제들이 너무도 자랑스럽고 항상 마음으로 함께 할 것을 다짐하였다.
※수단에서 활동하는 수원교구 선교사제들을 위해 많은 기도와 후원을 부탁드립니다.
※도움주실 분 031-244-5002 교구 복음화국 해외선교부
후원계좌 03227-12-004926 신협 (예금주 천주교 수원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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