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 추기경 선종과 김희중 주교의 광주대교구 부교구장 임명 등으로 적잖은 변화가 이어진 2009년 한 해가 저물어간다. 지난 한 해 한국교회가 헤쳐 온 변화의 주요한 흐름들을 되짚어봄으로써 내적 성찰과 발전의 계기를 마련한다.
# 생명 수호 운동의 거점으로 우뚝
올해 한국교회의 사목현장은 면면이 이어져오고 있는 생명과 생명의 바탕이 되는 가정을 지키려는 노력이 집약되는 장으로 드러났다. 이는 교회 안팎에서 생명의 문화를 압도하는 거대한 흐름을 거슬러 이 시대가 요청하는 예언자적 몫을 찾아 꾸준히 실천한 결실이라 할 수 있다.
지난 2003년이 교회가 나아가고 있는 생명운동의 방향 설정을 위한 기초를 닦은 해였다면 2009년은 신자들의 삶에 뿌리내리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통해 소중한 결실을 거둬낸 해였다고 할 수 있다.
우선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서울대교구가 생명수호 운동의 첨병으로서의 몫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생명위원회를 중심으로 각 본당 차원에서 ‘생명수호 담당자’ 제도를 실시하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서울대교구 내 각 본당에서는 남녀 각 2명씩 총 4명의 생명수호 담당자를 선정, 다양한 생명 관련 활동을 펼쳐나가게 된다. 서울대교구의 이번 방침은 아래로부터의 생명운동으로 생명운동의 저변을 확대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낳고 있다.
이 외에도 생명위원회는 청년들이 자신의 성 정체성을 올바로 확립하고, 교회 가르침 안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성, 생명, 사랑의 길’을 주제로 제1회 청년생명피정을 개최하고, ‘생명수호 묵주기도’를 제작·배포해 생명이 하느님의 거룩한 영역이라는 인식을 확산시키는 등 다양한 교육적 노력도 기울여오고 있다.
또한 신자 연예인들이 대거 참여한 생명프로젝트 음반 ‘사랑해, 기억해’를 발매하는가 하면, 가정사목위원회와 함께 보건복지가족부가 제작한 출산 장려 홍보 동영상 CD를 전국 1550여 개 본당에 배포해 강론과 예비신자 교리 등 각종 교육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활동의 지평을 넓혀나가고 있다.
이와 함께 전 교회 차원의 움직임도 생명에 대한 신자들의 올바른 의식을 다져나가는데 촉매 역할을 했다. 주교회의는 가을 정기총회를 통해 생명 문제와 관련한 일련의 결정들을 내놓음으로써 생명 수호를 위한 교회의 강력한 의지를 다시 한 번 천명했다. 특별히 눈여겨 볼만한 부분은 교회 안팎의 생명운동을 선도하고 있는 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 생명운동본부의 한 부서로 ‘가톨릭 장기기증 전국 네트워크’를 설립하기로 한 것이다. 이는 지난 2월 김수환 추기경 선종을 계기로 활발해진 장기기증 운동을 활성화하고 생명운동을 보다 적극적으로 일궈나가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또한 오는 2010년 7월 9일부터 11일까지 청주교구 음성꽃동네에서 ‘한국교회에서의 생명운동,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를 주제로 제1차 전국 생명대회를 개최하기로 하는 등 생명운동의 현재를 돌아보고 새로운 전망을 내오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가톨릭대학교 가톨릭중앙의료원(원장 최영식 신부)이 보다 많은 이들을 생명나눔의 선순환 구조에 동참시키고자 ‘CMC(가톨릭중앙의료원) 생명존중기금’을 조성한 것도 눈길을 끄는 부분이다. 의료원은 이 기금을 통해 의료진 양성, 교육, 연구, 환우돕기 사회공헌분야 등 네 분야에서 생명존중이념을 보다 구체적으로 실천해나갈 계획이다.
교회 차원의 이러한 움직임들은 우리 사회에 짙은 그늘을 드리우고 있는 반생명 문화에 대응해 보다 적극적인 생명 수호 활동을 펼치고자 하는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 특별희년 등 지내며 영성 강화
올해 한국교회는 물론 보편 교회 전체가 영성 강화에 큰 도움이 되는 겹경사를 지내왔다.
보편 교회는 사도 바오로 성인의 탄생 2000주년을 기념해 지난해 6월 28일부터 올 6월 29일까지 1년 동안 특별희년 ‘바오로 해’를 지냈다. 또 하느님의 백성을 돌보는 일에 헌신한 성 요한 마리아 비안네 사제(1786∼1859)의 선종 150주년을 기념하는 ‘사제의 해(Year for Priests)’가 지난 6월 19일 막을 올렸다.
이에 따라 전국 각 교구와 기관단체들은 바오로 사도의 삶과 영성을 체득하기 위한 성경읽기와 관련 서적 읽기, 피정, 성지순례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함으로써 신자들의 내적 쇄신에 큰 힘이 됐다. 또한 비안네 신부의 영성을 본받고 실천하기 위한 기도운동과 학술 행사, 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과 행사들이 2010년 6월 11일 사제의 해 폐막 때까지 다채롭게 이어질 전망이다.
# 시복시성 운동 결실
순교사 중심의 한국교회사 흐름 안에서 순교자들의 정신과 영성을 새롭게 하기 위한 노력은 복음화의 밑거름을 더하는 일이다. 이런 점에서 순교로 믿음을 증거한 신앙 선조들의 시복시성을 위한 모색은 하느님 나라를 향한 여정에서 과거와 현재, 미래를 한데 엮는 의미있는 몸짓이다.
한국교회는 이러한 도정에 있어 올해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한국 주교회의 시복시성주교특별위원회 대표단이 지난 6월 3일 로마 교황청 시성성을 방문, ‘하느님의 종 124위와 증거자 최양업 신부’ 시복시성 공식 청원서와 자료를 접수함으로써 한국교회 차원의 제1차 시복시성 통합 추진이 일단락됐기 때문이다. 이로써 주교회의 200주년 기념사업위원회와 각 교구 차원에서 진행되어오다 지난 1997년 주교회의 추계 정기 총회에서 ‘통합 추진’이 결정된 한국교회 차원의 시복시성을 위한 운동은 12년 만에 결실을 맺게 됐다. 이에 따라 한국교회는 교황청의 시복심사만을 남겨두게 됐다.
한국교회 차원의 제1차 시복시성 통합 추진이 마무리됨에 따라 제2차 시복 통합 추진 움직임도 신자들의 영성을 새롭게 해줄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주교회의가 ‘조선왕조 치하의 순교자와 증거자’의 제2차 시복을 통합 추진하기로 하는 한편 ‘한국교회의 근·현대 신앙의 증인에 대한 시복 조사’도 시복시성주교특별위원회에서 맡아 추진하기로 결정함으로써 향후 한국교회사는 물론 순교 영성의 지평을 넓혀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움직임을 바탕으로 주교회의 시복시성 주교특별위원회(위원장 박정일 주교)는 「하느님의 종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증거자 최양업 토마스 신부」의 개정판을 출간해 일반 신자들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는가 하면, 한국천주교 평신도사도직협의회는 최양업 신부의 서품 160주년을 맞아 시복시성주교특별위원회 등의 후원으로 최 신부의 시복시성을 기원하는 특별음악회를 여는 등 다양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 교구 설정·수도회 진출 기념행사 다채
교구 설정과 수도회 진출을 기념하는 행사도 다채롭게 이어져 한국교회를 보다 풍요롭게 하고 신자들의 영성을 강화하는데 도움이 됐다.
교구 설정 70주년을 맞은 춘천교구는 4월 25일 지구별로 동시에 봉헌된 합동미사를 시작으로 기념사업에 공식 돌입했다. 38선 도보순례를 비롯해 교구 차원의 첫 청년신앙학교 개설, 학술 심포지엄 등 다양한 행사를 열었다. 특히 교구 쇄신과 발전을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하고자 ▲경로사목 소위원회 ▲문화사목 소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대대적인 교구 조직 정비에 나서면서 교구 활동 전반에서 쇄신의 바람을 일으켜 나가고 있다.
안동교구도 설립 40주년을 맞아 도보 성지순례, 홍유한 선생의 후손 순교자 13인에 대한 가묘 조성 및 현양비 제막식, 심포지엄, 감사미사 및 축하연 등을 열어 내적 복음화와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교회상 구현에 힘쓰고 있다.
2011년 교구 설정 100주년을 맞는 대구대교구는 지난 역사에 대한 감사의 의미와 함께 새로운 100년을 향한 교구 발전의 새로운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100주년 기념 주교좌 범어대성당 건립에 신자들의 동참을 호소하고 교구의 역량을 모아나가고 있다.
아울러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은 한국 진출 100주년을, 말씀의 선교 수도회 한국지부는 한국 진출 25주년을, 경남 고성가르멜 여자수도원은 설립 25주년을 맞아 기념행사를 열고 수도회의 내·외적 쇄신을 다짐했다.
# 기타
- 김수환 추기경 선종
김수환 추기경 선종은 교회 안팎으로도 적잖은 변화와 움직임을 이끌어냈다. 김 추기경 선종 이후 교회 안팎으로 불어닥친 장기기증과 나눔 열풍은 그 대표적 사례다. 특히 이를 계기로 이어진 추모 행사 등 다양한 움직임들은 한국교회가 지닌 역량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줌으로써 교회 쇄신과 발전의 내적 동력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는 모습이다.
- 국제대회
세계가톨릭성령쇄신봉사자협의회가 주최하고 한국가톨릭성령쇄신봉사자협의회와 세계성령대회 준비위원회가 주관한 2009 세계성령대회가 ‘행동하는 사랑’(LOVE IN ACTION)을 주제로 지난 6월 1∼7일 충북 음성꽃동네에서 열린데 이어, 파티마의 세계사도직 한국본부(본부장 하안토니오 몬시뇰) 주관으로 9월 10∼13일 부산에서 제2차 파티마의 세계사도직 아시아 지역회의가 열려 한국교회의 발전상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