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장
“아기는 자라면서 튼튼해지고 지혜가 충만해졌으며, 하느님의 총애를 받았다.”(루카 2,40) 예수님은 그렇게 무럭무럭 자라났다. 어디서?
나자렛은 이스라엘 최대의 도시 텔아비브에서 승용차로 2시간여 떨어진 거리에 위치해 있다. 지금은 인구 5만 명의 도시지만, 예수님 당시에는 이곳 거주 인구가 불과 150여 명에 불과할 정도로 작은 시골 마을이었다.
이곳에는 마리아와 요셉이 살던 집터가 각각 전승으로 내려오고 있는데 그 위에 주님탄생예고성당(성모영보 성당)과 성 요셉 성당(성가정 성당)이 세워져 있다. 마리아의 집터 위에 세워진 성모영보 성당은 마리아가 가브리엘 대천사로부터 구세주의 탄생 예고를 들은 사건을 기념해(루카 1, 26-38) 세워진 것이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처녀 잉태 예고를 순수하게 받아들이는 마리아.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38)라는 마리아의 응답이 오늘날 우리들에게 다가오는 의미는 무엇일까. 지금 나에게 예수님께서 오신다면 어떤 응답을 할 수 있을까. 마리아처럼 ‘예’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들을 뒤로 한 채 성모영보 성당을 나서자 한 무리의 유대인 아이들이 뛰어 놀고 있었다. 맑고 티없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어린 예수의 모습이 겹쳐졌다.
한참 동안 아이들 옆에 서 있었다.
예수님이 열두 살이 되던 해였다. 요셉과 마리아는 해마다 파스카 축제 때면 예루살렘으로 가곤했다. 그 해에도 요셉과 마리아는 12살 소년 예수를 데리고 함께 예루살렘으로 갔다. 그런데 그만 예수님을 잃어버린다. 사흘이 지난 뒤에야 간신히 찾아냈는데, 아들은 율법 교사들 가운데에 앉아 그들의 말을 듣기도 하고 그들에게 묻기도 하고 있었다. 마리아가 “네 아버지와 내가 너를 애타게 찾았단다”하자, 아들은 이렇게 말했다. “왜 저를 찾으셨습니까? 저는 제 아버지의 집에 있어야 하는 줄을 모르셨습니까?” 예수님은 부모와 함께 나자렛으로 내려가, 그들에게 순종하며 지냈다.
“예수님은 지혜와 키가 자랐고 하느님과 사람들의 총애도 더하여 갔다.”(루카 2,52)
▨ 탄생
양 떼를 지키는 목자들이 있었다. 그들에게 천사가 다가와 말했다. “오늘 너희를 위하여 다윗 고을에서 구원자가 태어나셨으니, 주 그리스도이시다.” 그때에 갑자기 그 천사 곁에 수많은 하늘의 군대가 나타나 하느님을 이렇게 찬미하였다.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그분 마음에 드는 사람들에게 평화!”
천사들이 하늘로 떠나가자 목자들은 베들레헴으로 가서 마리아와 요셉과 구유에 누운 아기를 찾아냈다. 목자들은 천사가 자기들에게 말한 대로 듣고 본 모든 것에 대하여 하느님을 찬양하고 찬미하며 돌아갔다(루카 2,8-20 참조).
메시야가 오신 땅, 베들레헴은 예루살렘에서 남동쪽으로 약 8km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다. 황무지가 대부분인 이스라엘에서 베들레헴은 유독 강수량이 풍부하고 그만큼 땅도 비옥하다. 지금도 양과 염소들이 먹을 풀들이 많이 자란다. 기원전 3000년 경 다윗의 아버지가 이곳에서 양을 키우고, 예수님 시대 당시에는 목동들이 생활했던 그 배경을 이해할 수 있다.
‘베들레헴’은 ‘빵의 집’이라는 뜻이다. 그만큼 이곳 사람들은 오랜세월 동안 들판에서 양떼를 키워 우유를 얻고, 포도나무를 재배하며 평온하게 생활했다. 평화의 마을, 다윗이 태어난 땅, 메시야가 오신 땅, 이곳이 베들레헴이다. 그 베들레헴에는 예수님이 태어난 장소가 아직도 전해내려 오고 있다.
2000년 전, 아우구스투스 황제가 호적 조사를 위한 칙령을 내렸다. 그래서 모든 사람들이 호적 등록을 하러 저마다 자기 본향으로 갔다. 요셉도 갈릴레아 지방 나자렛 고을을 떠나 베들레헴으로 갔다. 그가 다윗 집안의 자손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약혼한 마리아와 함께 호적 등록을 하러 갔는데, 마리아는 임신 중이었다. 여관에는 그들이 들어갈 자리가 없었다. 그래서 외양간(마구간)에 자리를 잡았다. 그날 밤, 그곳에서 마리아가 아들을 낳았다.
탄생하셨다. 오늘 밤 너희의 구세주께서 다윗의 고을에 나셨다 (루가 2 11). 오늘 우리 마음속에서 나셨다.
마리아는 아기를 포대기에 싸서 구유에 뉘었다(마태 1,18-25 루카2,1-7). 아기가 평화롭게 잔다.
■ 예수님을 잉태한 마리아의 노래 (루카 1,46-56)
내 영혼이 주님을 찬송하고
내 마음이 나의 구원자 하느님 안에서 기뻐 뛰니
그분께서 당신 종의 비천함을 굽어보셨기 때문입니다.
이제부터 과연 모든 세대가 나를 행복하다 하리니
전능하신 분께서 나에게 큰일을 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분의 이름은 거룩합니다.
그분의 자비는 대대로 당신을 경외하는 이들에게 미칩니다.
그분께서는 당신 팔로 권능을 떨치시어
마음속 생각이 교만한 자들을 흩으셨습니다.
통치자들을 왕좌에서 끌어내리시고 비천한 이들을 들어 높이셨으며
굶주린 이들을 좋은 것으로 배불리시고 부유한 자들을 빈손으로 내치셨습니다.
당신의 자비를 기억하시어 당신 종 이스라엘을 거두어 주셨으니
우리 조상들에게 말씀하신 대로 그 자비가 아브라함과 그 후손에게 영원히 미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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