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성탄 대축일’을 일주일 앞둔 12월 17일 오후 10시. 수원교구 용인대리구 장호원성당 지하 교육관에서 본당 진암 2지역 신자들의 성극연습이 한창이다. 인간 구원을 위해 하느님께서 사람이 되어 오신 사건인 예수님의 탄생 과정을 묘사한 ‘마귀와 성탄절’의 대본을 보며 연기에 몰두하는 초보 연기자들의 열기가 엄습해온 야밤의 추위도 녹일 정도다.
‘요셉은 갈팡질팡 불안하고 두렵다.(뒷짐을 지고 왔다 갔다 하다가 곧이어 의자에 앉는다. 골치 아프고 심한 고민에 빠져 있다)
- 수호천사: (안타깝고 애처로움이 표정·말투·몸짓에 배어있다) 좀 더 자세히 알아보는 게 좋겠어. 마리아는 절대로 그런 여자가 아니야.
- 마귀: 천만에 그건 네 생각일 뿐이야. 매사를 감상적으로 결정하지 말고 냉철하게 판단해봐. 지혜롭게 생각 해 보라구. 처녀가 혼자서 임신한다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하다니까!
‘마귀와 성탄절’ 제1장의 첫 부분. ‘수호천사’ 역을 연기하는 이재옥(마르타·43)씨는 “자연을 향하여 거울을 비추는 것 같은 연극을 직접 접해 보면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됐다”고 말했다. ‘대제사장’과 ‘목동1’ 역할을 맡은 김연행(보니파시오·59)씨는 “막이 올라가고 연기를 하면서 보통 때는 관찰 할 수 없는 형태의 한 인간을 또 하나의 내가 외부에서 바라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면서 “이 ‘성극’을 통해 별난 형태로 우리네 인생 그 자체를 보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연출을 맡은 한미경(율리아·43)씨는 “통상적인 ‘성극’같이 엄숙하게 이끌어나가야 할지 고민하다가, 마리아와 아기예수의 남녀 역할을 바꾸는 등의 파격을 선보임으로써 관객들의 시선을 집중토록 했다”며 “오늘날 장호원읍에서 있을 수 있는 현대적 모습들도 패러디해서 익살스런 장면으로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군데군데 등장한다”고 귀띔했다.
장호원본당은 12월 24일 오후 7시30분 교육관 강당에서 ‘지역별 성극 발표회’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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