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교회의 에큐메니컬운동에 대한 입장은 예수님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하셨던 ‘모두 하나가 되게 해주십시오’라는 말씀으로 시작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에큐메니컬운동은 예수님의 명령에 의해 해야 할 필수적인 일입니다.”
교황청 일치평의회 의장 발터 카스퍼 추기경은 에큐메니컬 순례에 나선 한국 그리스도인들을 맞아 열린 국제토론회 자리에서 예수님의 말씀으로 말머리를 이끌어냈다.
“에큐메니컬운동은 서로 간의 차이에 대해서 포기하거나 무시하는 것이 아닙니다. 혼합주의는 더더욱 아닙니다. 서로 존중하며 함께 일하는 것입니다.”
카스퍼 추기경은 교리의 상이함이 적대적 관계로 발전하는 오늘날 세상의 모습에 “입장의 차이가 있다고 해도 적대적 관계로 나아가선 안 된다”는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특히 그는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적을 만들어내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하고 “현대 문명의 급속한 발전으로 사람들은 좋든 싫든 한 배를 탄 운명이 됐다”면서 “갈라진 형제들은 더 이상 서로 이방인이나 경쟁자가 아니라 형제자매이며 서로를 갈라서게 하는 것보다는 일치하게 하는 요소들이 더 많다”고 역설했다.
“서로를 알게 되면 공통된 점이 더 많음을 깨닫게 되고 이를 바탕으로 서로에게서 배울 수 있습니다. 에큐메니컬운동은 서로의 것을 나눔으로써 서로 풍성해지는 것입니다.”
교회일치 운동에 있어 대화와 교육의 중요성을 수차례 강조한 카스퍼 추기경은 “서로에 대한 무지가 적대감의 원인이 될 수 있다”면서 “에큐메니컬운동에 대한 적절한 교육이 이뤄지지 않으면 오늘날 우리 문명 안에 만연해 있는 상대주의, 다원주의로 빠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에큐메니컬운동은 단지 실천하는 것이나 조직하거나 만들어내는 것도 아닙니다. 그것은 함께 기도함으로써 ‘주여 오소서’라고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그는 ‘환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웃는 얼굴로 대함으로써 사람들을 하느님께로 이끄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함께 한분이신 하느님을 고백할 수 있어야 합니다.”
카스퍼 추기경은 한국 교회 그리스도인들의 일치운동과 관련해 “분단 상황에서 에큐메니컬운동의 중요성은 더욱 크다”고 강조하고 “성령의 은총으로 사람들 안에 자리한 선입견과 편견을 버릴 수 있도록 기도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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