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2일 어둠이 내린 서울 삼선동 ‘빛의 사람들’ 지하 경당에 촛불이 밝혀졌다. 사회교정사목위원회(위원장 이영우 신부)가 사회교정사업을 통해 ‘선교’를 이룬 ‘기쁨과 희망은행’ 창립 이래 첫 번째 대출자 세례식이다.
흰 백합꽃다발 앞에 흰 미사보를 쓴 네 명의 ‘빛의 사람들’이 새로 태어나자 박수가 쏟아졌다. 한때 죄를 짓고 차디찬 감옥 방에 누웠을 때에는 미처 생각지 못했던 따뜻한 사랑과 관심. 이날 세례를 받고 비로소 새 생명과 새 삶을 얻은 기쁨과 희망은행(재·출소자 자활을 위한 무담보대출은행) 대출자들은 빛의 가족들의 환대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출소자로서 새 인생을 꾸려나가기에도 바쁘고 어려운 삶 가운데에도, 주님을 따르고자 시간을 쪼개 교리를 듣고 세례를 받은 기쁨과 희망은행 대출자 여러분, 잘 오셨습니다. 정말로 환영합니다.”
이영우 신부의 축하인사에 이날 세례를 받은 소피아씨가 말했다.
“너무 설레요. 세례를 받으면 다시 태어나는 거라고 들었어요. 이제 저 다시 태어난 거 맞지요?”
소화 데레사씨는 “마음속에 늘 성당에 다녀봤으면…”하는 마음이 있었다면서 기쁨을 감추지 못했고, 크리스티나씨도 “뭔가 모르게 굉장히 뿌듯하다”면서 환하게 웃었다. 모니카씨는 어디서부터 이야기해야할지 모르겠다며 “첫 사랑의 설렘처럼 가슴이 두근거리고, 마치 새로운 세상이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희망에 부푼다”고 말했다. 그리고 세례의 감격을 적은 글이 있다며 수줍게 말했다. 그 글에는 희망과 빛의 메시지가 적혀있었다.
“누구나 살다보면 어쩔 수 없이 죽음의 문턱까지 갔었던 경험들이 흔치 않게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아직 ‘희망’이라는 한줄기 빛을 잡지 못하신 분이 계시다면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희망은 여러분 가슴 안에…그리고 주님 안에 있다는 것을….”
흰 옷을 입고 대모의 품에 안긴 새 생명들의 눈가에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카리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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