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께서 산에 올라가신 다음, 당신께서 원하시는 이들을 가까이 부르시니 그들이 그분께 나아왔다.”(마르 3,13)
사제는 무엇보다 먼저 예수님의 부르심을 받아 그분 곁에 머물며 그분과 친숙한 인격적인 관계를 맺으며 사랑을 주고받고 사는 사람이다. 사제가 말씀 안에 머물러 있기만 한다면 사제는 주님의 완벽한 제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현대의 사제 양성」 26항). 사제는 더 나아가 예수님을 만나 회개하고, 그분의 가르침으로 양성되어 그분을 깊이 알고, 사랑하고 하나가 된 체험을 바탕으로 모든 사람에게 복음을 선포하는 사람이다.
예수님은 이렇게 명령하신다. “이스라엘 집안의 길 잃은 양들에게 가라. 가서 ‘하늘나라가 가까이 왔다’하고 선포하여라. 앓는 이들을 고쳐 주고 죽은 이들을 일으켜 주어라. 나병 환자들을 깨끗하게 해 주고 마귀들을 쫓아내어라. 너희가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마태 10,6-8)
사제는 이런 근본적인 영적 바탕을 통하여 사제직의 가장 기본적인 복음 선포와 양떼를 위하여 자기 목숨을 바칠 줄 알아야 한다. 따라서 사제의 직무는 사랑의 직무다. 이는 겸손과 사랑으로 자신을 온전히 내어줌으로써 완성되는 직무다. 다시 말해서 많은 사람의 종이 되는 것을 수치스럽게 여기지 않고, 맡겨진 사람들 위에 군림하며 주인 행세를 하려는 유혹에 빠지지 않고, 양떼를 위하여 자신의 생명을 내어주는 착한 목자가 되어야 한다. 또한 사제는 매일 전례 행위를 거행함으로써 자신에게 맡겨진 직무를 수행하면서 영적으로 성숙해지고 성덕으로 나아가도록 불린 사람이다(「현대의 사제 양성」 24항).
결국 사제는 직무와 영성생활로 거룩한 사람이 되어야 하는 의무가 있다(「현대의 사제 양성」 20항). 이는 사제가 정신적으로나 마음으로 결정을 내릴 때나 행동을 할 때나 항상 예수님을 그대로 배우고 닮고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현대의 사제 양성」 21항).
이러한 아름답고 거룩한 사랑의 직무를 현실화하기 위하여 하느님의 사랑과 은총으로 인하여 시작되는 자기를 버리고 예수님을 따르는 수덕적 영성 생활이 현대 사제의 영성이라고 본다.
하느님을 온 마음을 다하고, 온 영혼을 다하고, 온 힘을 다하여 사랑하기 위하여 자기를 버리고 예수님을 따르는 수덕적 영성생활, 즉 세례성사를 통하여 부여받은 신망애 삼덕으로 욕구와 지성과 기억과 의지를 비우는 수련을 쌓아야 한다. 이를 통해 하느님과 일치되는 수덕적 능동적 변형된 일치로 나아가는 생활을 통해 완덕으로 나아가는 삶이 현대 사제의 영성이라고 할 수 있다. 오늘날의 하느님 백성은 이런 사제가 많이 나오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을 것이다.
* 이 글은 가톨릭대 출판부의 「신학과 사상」 44호(2003년 여름)에 실린 김기화 신부의 ‘현대사제의 영성’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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