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교 4학년 때 그 당시는 왜 그리 성소에 대한 갈등이 컸는지! 일반인처럼 사회에 나가서 나름대로 사회생활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던 것 같습니다. 오래 전 일이라 왜 그리 성소에 대한 갈등이 컸는지는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그 해 여름, 성소에 대한 마지막 식별의 방법으로 기도와 함께 호스피스 봉사를 하고자 마음을 가졌던 일이 있습니다.
그래서 수도회 장상에게 말씀을 드리고 난 후, 여름 방학 동안 두 달 정도 호스피스 봉사를 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새로운 세상을 보았다고나 할까요! 각종 말기 암 환자분들과 그 밖의 질병으로 임종을 앞둔 이들과 함께 지내면서, 무척이나 놀라운 경험들과 동시에 결국 ‘생명’에 대한 의미와 내 자신의 삶의 가치를 함께 묵상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임종을 앞둔 이들을 위해 봉사를 한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일이었는데, 결국은 그분들로부터 오히려 내가 봉사를 받았다는 생각이 더 컸습니다.
나는 단지 그분들이 생활하는데 불편함 없도록 외적인 것들에 도움이 되도록 노력을 했었는데, 그분들은 오히려 나에게 당신들의 남아 있는 생명의 마지막 가치를 생생히 남겨 준 후에 하느님 품으로 가던, ‘영적인 봉사’를 나에게 해 주셨던 것입니다.
그래서 두 달의 귀한 호스피스 체험을 한 후, 내가 왜 수도자로서, 사제로서 살아가야 할 이유가 있는지를 발견하게 되었고, 앞으로도 꾸준히 계속해서 수도자로 살아가야 할 이유를 찾게 되었습니다. 정말이지, 내가 그분들로부터 오히려 더 큰 봉사를 받았던 셈입니다.
많은 이들이 ‘봉사’란 자신의 시간과 물질적인 것들을 내어 놓아야 진정으로 할 수 있다는 ‘자기 희생’에 대한 의미만 강조합니다.
그렇죠, 뭐! 그런 것이 갖춰져야 봉사할 수 있다 말들을 하지요. 그런데 그런 ‘희생’만을 강조하면, 어떤 이들은 희생없는 봉사는 봉사도 아닌 양 하더라고요.
하지만, 명심해야 합니다. 진정한 봉사는 자기 성장의 의미가 먼저 들어 있음을! 봉사하는 사람이라서 내심 기분 좋은 그런 것이 아니라, ‘봉사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함은 바로 ‘내가 성장하기로 결심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합니다. 그럴 때 봉사는 일방적인 희생만이 아니라, ‘더불어 함께 성장함’의 그 놀라운 특은을 함께 받게 되는 것입니다. 자기 성장이 없이 봉사를 구실로 자기 과신과 자기 과욕을 부리는 모습! 제대로 ‘봉사’를 결심해 봅시다. 자기 자신이 성장합니다. 그게 ‘봉사’의 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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