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가 잘렸다. 갈색 나무토막 같다. 큰 쇠꼬챙이를 찔러 넣어 약을 주입해야만 살 수 있다. 필리핀 이주노동자 지미(Muyno Jimmy Manuel). 마흔도 채 되지 않은 나이에 불구의 몸이 된 지미는 그러나, 혼수상태에 빠진 채로 깨어나지 못한다. 그 옆에 한 여자가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지미의 아내 마르셀이다.
“돈이 없어 결혼식을 올리진 못했지만, 열심히 돈을 벌어 집도 사고 성당에서 결혼식도 올리자고 약속했는데….”
불의의 교통사고는 의정부의 한 공장에서 만나 사랑을 싹 틔웠던 지미와 마르셀의 꿈을 산산조각냈다. 의정부에서 운송관련 일을 하던 지미는 교통사고로 한쪽 다리를 잘라냈다. 넓적다리뼈와 몸통에도 심하게 부상을 입어 당장 수술하지 않으면 평생 일어나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잘린 다리로 주입해야 하는 하루 100만 원이 넘는 약값과, 2000만 원을 훌쩍 넘겨버린 수술비를 도저히 당해낼 재간이 없다. 아무것도 모르는 남편 옆에서 기댈 곳 하나 없이 가난한 아내가 발을 동동 구른다. 그러나 머나먼 타국에 보금자리를 튼 이 외국인 부부를 도와줄 이는 아무도 없다.
산소호흡기를 달고 있는 지미의 호흡이 가빠졌다. 곧 숨이 넘어갈 듯 헐떡인다. 폐혈증이 의심되는 급성호흡곤란증이란다. 새우잠을 자며 지미 곁을 내내 지키던 마르셀이 울며 달려나갔다. 향한 곳은 대전 성모병원 경당이다. 엎드려 한참을 울었다.
“제발 지미를 살려주세요. 제 곁에서 지미를 데려가지 마세요. 돈을 많이 버는 것도, 결혼식을 올리는 것도 바라지 않아요. 그저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함께 밥을 먹는 것만 해도, 함께 지내는 것만 해도 감사할게요.”
세상 가장 든든한 백, 하느님을 믿어보라는 위로의 말을 남기고 무거운 마음으로 돌아나오는 기자에게 옆에서 병간호를 하던 호스피스 한 명이 귀띔했다.
“마르셀은 하루 한 끼만 먹어요. 그것도 편의점에 파는 2000원짜리 도시락으로….”
다리에 쇠꼬챙이를 꽂은 채 사경을 헤매는 지미와 비쩍 마른 몸에 퀭한 눈으로 눈물만 쏟아내고 있는 마르셀의 얼굴이 눈앞을 가려 걸음을 걸을 수가 없었다.
‘주님, 모두가 희망에 부푼 이 새해아침, 이 아픈 가정에도 당신 희망의 손길을 전해주소서! 당신 사랑의 손길을 전해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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