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해(가스팔·52) 시인이 다시 섰다. 우리의 기억 속에서 사라진지 12년 만이다. 손에는 ‘만년필’과 ‘시집’이 아닌 ‘카메라’와 ‘사진’이 잔뜩 들렸다. 사진작가가 돼 돌아온 것이다.
박 시인은 1월 7일 서울 중구 저동 갤러리M에서 ‘라 광야(La Wilderness )-빛으로 쓴 시’ 사진전(展) 개막식을 갖고 28일까지 전시에 들어갔다.
사진전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그는 “국경을 넘는 순간 언어의 국경을 넘지 못하는 시는 아무 소용이 없었다”며 “오래된 만년필을 쥐고 있던 내 손엔 어느 순간 흑백 필름 카메라가 들려 있었고, 빛으로 시를 썼다”고 전했다.
박 시인은 1991년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다. 이후 1998년 광복절 특사로 풀려나 만년필 한 자루와 카메라 하나만을 들고 10년간 팔레스타인, 이라크, 요르단, 터키, 쿠르드자치구 등 중동의 분쟁지역을 누볐다.
그는 중동 곳곳을 다니며 공동체를 일구고 학교를 세우는 등 평화활동을 이어갔다. 화약 냄새가 채 가시지 않은 골목 어귀, 폭격에 가루가 된 건물, 핏자국으로 얼룩진 거리 한복판에서 지구상의 가장 가난하고 고통 받는 사람들과 함께 울고 웃었다.
이번 사진전에 전시되는 작품은 그곳에서 찍은 4만여 컷의 사진 가운데 37점을 추린 것이다. 모두 아날로그 방식의 흑백으로 인화했으며 모든 사진에 직접 사진설명을 붙였다. 그는 “흑백 사진은 깊고 단단해 진실에서 미끄러지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시인은 전시회가 끝나면 다시 중동으로 떠날 작정이다. 10년간 쓴 시 4000여 편을 정리해 내년께 새 시집도 낼 예정이다. 그는 “이번 전시회를 통해 우리나라 사람들이 중동의 진실에 대해 생각하고, 동시에 민주화 이후 우리가 서서히 잃어가고 있는 빛나는 재생의 힘을 배워갔으면 한다”고 밝혔다.
※전시 문의 02-2277-2438
문화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