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웃음은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사랑도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사랑은 사람을 살리고 삶을 아름답게 하죠. 자. 이제 음악을 들어볼까요. 남진의 마음이 고와야 여자지!”
1월 7일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성동노인종합복지관(관장 문경수). 추운 날씨에 어르신들이 종종걸음으로 복지관에 들어서자 감미로운 음악이 흘러 나왔다. 복지관 한켠에서 몸을 녹이던 오병옥(70) 어르신은 “방송에서 나오는 시나 음악을 듣고 있으면 마음이 울적할 때 위로를 받곤 한다”고 했다.
어르신들의 얼어붙은 마음까지 풀어주고 있는 방송은 정오부터 20분 간 진행되는 ‘성동의 소리’. 점심시간이면 어김없이 복지관에 울려 퍼지는 성동의 소리는 방송반 어르신들이 직접 작가, DJ로 나서 복지관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현재 방송반은 1기 5명, 2기 6명 등 총 11명. 평균연령이 65세 이상 어르신들이지만 방송에 대한 사랑과 열정만큼은 여느 젊은이들 못지않다. 더 좋은 방송을 위한 신문 스크랩, 기사 검색 등의 노력은 기본. 일상생활에서도 대본 연습, 원고 쓰기 등의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2003년부터 방송을 시작한 1기 이혜선(74)·안병식(73) 어르신은 방송 원고를 토대로 ‘나는 어디까지 갈 것인가’, ‘바람은 내게’라는 자서전까지 발간했다. 꾸준한 발음연습, 억양, 감정처리 등의 교육으로 방송 진행도 수준급. 차분하면서도 여유로운 진행, 감각 있는 음악 선곡으로 복지관 어르신들로부터 호평을 얻고 있다.
방송반은 여가문화 창출, 문맹어르신들에 대한 홍보 역할을 하는 것은 물론 어르신들의 젊은 시절 꿈을 이뤄주는 자아실현의 장이기도 하다. 안병식 어르신은 “젊어서 아나운서 제의를 받기도 했지만 결혼생활 때문에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며 “방송으로 자아실현은 물론 글 쓰는 습관까지 생겨 삶이 더 풍요로워졌다”고 했다.
아나운서가 꿈이었다던 2기 김송아(63) 어르신은 “방송 잘 들었다는 칭찬을 받을 때면 못 이룬 꿈이 이뤄진 것 같아 행복해진다”며 “더 좋은 방송을 하기 위해 늘 책을 읽고 메모하게 돼, 치매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연출을 맡은 노지현 사회복지사는 “아들이 병원에 실려 갔을 때에도 방송을 하고 가시는 분이 계신다”며 “방송반 어르신들의 열정적인 모습에 오히려 보고 배우는 게 더 많다”고 말했다.
3기 방송반 모집은 1월 29일까지.
※문의 02-2298-5117 성동노인종합복지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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