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0일 원주교구 서부동본당 신자들이 한 어린 영혼의 장례식을 도왔다. 뇌사상태에 빠졌다가 장기기증을 통해 7명에게 새 생명을 전하고 하늘나라로 떠난 박민지(소화데레사·17·충북 제천 디지털전자고 2학년)양의 장례식. 신앙인인 아버지의 뜻에 따라 조의금도 받지 않고 조촐하게 치러진 장례식이었다.
박 양은 1월 8일 수원 아주대병원에서 10시간 넘는 대수술을 통해 각막, 간, 신장 등의 장기를 다른 환자에게 기증하고 그렇게 떠났다. 박양이 뇌사상태에 빠지게 된 것은 뇌혈관 기형이란 희귀병 때문. 비정상적으로 자라난 혈관과 동맥압으로 인해 뇌출혈 등을 일으키는 선천성 혈관 기형이다. 박양은 4년 전에도 2차례의 큰 수술을 받아 치료중인 상태였다.
박양은 1월 6일 오후 자신의 집에서 두통을 호소하며 갑자기 의식을 잃었다. “아빠, 내가 이렇게 아프면 안되는데… 아빠한테 너무 미안한데….”라는 말이 마지막이었다. 박양은 시내 한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상태가 더 악화돼 수원 아주대 병원으로 옮겨졌다. 하지만 이틀 뒤인 1월 8일 끝내 뇌사판정을 받았다.
3살 때 어머니를 잃은 박양은 그동안 어린 나이에도 할머니(77)와 언어장애·소아마비를 앓는 아버지(50), 남동생(15)을 보살피며 집안 살림을 도맡아했다.
또 기초생활수급 가정에서 경제적 여건이 어려웠음에도 천주교 신자인 아버지와 함께 수시로 지역 장애인시설을 찾아가 봉사활동을 해왔다.
장기기증을 결심한 박양의 아버지는 “가난과 질병에 힘들 법했지만 잘 내색하지 않고 웃는 착한 아이였다”며 “자신 덕분에 7명이 새 생명을 얻게 된 것을 알면 무척 기뻐할 것”이라고 했다.
카리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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