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경제, 문화, 사회 전반에 걸친 불일치와 단절, 폭력과 전쟁으로 얼룩진 지난 세기, 끼아라 루빅이 시작한 포콜라레(마리아사업회)운동은 ‘모두를 사랑하라’는 단순한 영성으로 세상의 일치를 도와왔다. 2008년 7월 7일 끼아라의 뒤를 이어 새 회장에 선출되고, 1월 6일 아시아대륙 방문의 일환으로 한국을 찾은 엠마우스 마리아 보체(Maria Voce) 여사에게 진정한 일치, 진정한 사랑에 대해 들었다.
“포콜라레 핵심 영성은 ‘서로 간 사랑 안에 이루는 일치’입니다. 끼아라 루빅은 이 사랑을 ‘예술’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아무도 배제함 없이 모두를 사랑하는 것이고, 성과 연령, 종교와 국적의 차이를 넘어 사랑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사랑을 받는 상대방이 그 사랑을 구체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나누는 것입니다.”
마리아 보체 회장은 ‘모두를 사랑하라’ 그 단순한 말 속에 모든 것이 들어있다고 말했다. ‘부정적인 것은 존재하지 않으며, 문제가 되는 것은 사랑하지 않는 것 뿐’이라고도 했다. 사랑을 통해 모든 부정적인 것에서 긍정을 끌어내는 것이며, 사랑을 통해 원수까지도 받아들이는 그리스도교 정신을 실현하려는 것이다. 그 사랑은 이해타산이 없는 사랑, 초자연적 사랑이며, 구체적으로 피부와 와 닿는 현실 속의 사랑이다.
마리아 보체 회장은 이러한 포콜라레 사랑의 정신이 한국 사회에 있는 갈등 해소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고 했다.
“한국 사회뿐만 아니라 이탈리아 등 다른 나라에도 정치적 갈등과 위기는 항상 존재합니다. 사회 계층 간 상반된 갈등도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회 곳곳에 발아하고 있는 사랑의 씨앗이 모두의 도움으로 성장해 여러 갈등 사이에 다리 역할을 해 줄 수 있다고 믿습니다. 사랑의 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 애쓰고 있는 한국의 많은 포콜라레 회원들이 그것을 증명해줍니다.”
1월 7일 국회의사당에서 포콜라레 운동에 동참하고 있는 몇몇 여·야 의원과 ‘일치를 위한 정치운동’ 한국 본부 위원 등을 만난 그는 이러한 사랑의 문화가 정치의 장에도 확산될 거라는 희망을 공유하자고 했다.
“포콜라레 운동에 동참하는 여야의원들이 서로의 입장차를 이해하고 들을 준비가 돼 있다는 약속을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것은 작은 사례지만 서로 사랑하고자 하는 의지가 빚은 결실입니다. 정치인이든, 국민이든 나라의 유익이라는 선의의 목표를 겨냥해 자기 몫을 해 나간다면, ‘일치’는 멀지 않은 곳에 있을 거라고 희망합니다.”
그에게 일치란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다. 거창한 수식어가 필요한 이상이 아니다. ‘너’와 ‘나’가 경계 없이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몫을 다하며 사랑으로 하나가 되는 것, 지금 내가 실천할 수 있는 바로 그것이 일치였다. 그렇기 때문에 남북분단이 고착화된 한반도 땅도 일치를 꿈꿀 수 있으며, 각 종교간 일치도 이룰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교회일치 주간을 보내는 우리의 사명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예수님께서는 ‘모두가 하나가 되게 해 달라’고 기도하셨습니다. 그러면 세상이 믿게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그리스도를 믿는 우리가 하나가 되지 않는다면 세상이 믿지 않는 것에 대해 아무 탓도 할 수가 없습니다. 일치를 위해 기도하고, 일치를 이루는 것은 그리스도께서 내려주신 사명입니다.”
그는 특히 지난해 40주년을 맞은 한국 포콜라레 운동에 거는 기대가 크다고 했다. 신중하고 귄위가 있으면서도 창의적인 모습에서 한국 포콜라레 운동의 성장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많은 이들이 자신의 재능을 발산하고, 예술인에서 정치인에 이르기까지 모두 친교의 삶을 사는 것을 통해 한국교회에 사랑의 문화가 성숙했음을 느꼈다고 했다.
“사랑이라는 아름다운 가치의 풍요로움을 누리고 있는 많은 분들을 만나면서, 한국교회에 하나의 도전을 제시하고 싶습니다. 세계가 아시아 대륙에 집중하고 있는 이 시점에, 한국교회는 아시아 대륙 전체가 성장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건전한 문화와 아름다운 풍토를 전파하며 아시아 전체에 사랑을 전하는 것이 한국 포콜라레를 비롯한 교회 전체의 몫이 돼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얼마전 교황 베네딕토 16세로부터 평신도 평의회 고문으로 임명받아 활동하고 있는 그는 2010년 8월 31일~9월 5일 서울에서 열릴 아시아평신도대회를 언급하며 정치, 경제, 사회 등 다양한 분야에서 평신도 역할이 정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세계 곳곳에서 많은 이들이 살아계신 예수님의 현존을 느끼고 싶어 합니다. 우리 평신도들은 각자 삶의 자리에서 그러한 예수님의 존재를 증거해야 합니다. 정치, 경제, 문화 등 다양한 사회 분야에서는 평신도의 역할이 절대적입니다. 때문에 곧 열리게 될 아시아평신도대회가 아시아에 미칠 영향은 지대할 것이며, 한국 포콜라레와 교회가 이에 기여할 수 있는 바가 크다고 봅니다.”
일치와 사랑, 그 단순한 영성으로 진리를 수호하고자 노력해온 그는 자신 또한 자신의 자리에서 일치와 사랑을 실현하기 위한 최선의 몫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모두는 사랑하는 관계 속에서 주인공입니다. 우리가 서로 간의 사랑 안에 충실히 머무른다면, 우리 안에 함께 하시는 예수님을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저 역시 예수님을 본받아 다른 사람을 위해 제 목숨을 내어줄 각오가 돼 있습니다. 사랑하는 데는 아무 이유가 없습니다. 제 몫을 다해 모든 것을 사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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