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세계를 바라볼 때 과거 그리스도적이었던 나라와 민족들은 종교 무관심과 세속주의의 영향을 받아 매우 어려운 여건에 처해 있다. 이뿐만 아니라 근대 500년 미만에 그리스도교가 전파된 나라들, 즉 아시아, 아프리카 등에서는 복음을 받아들이기는 했지만 아직 복음적 삶이 뿌리 내리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한국 천주교회는 1784년 첫 세례자가 배출된 후, 180년 만인 1970년대에 천주교 신자가 100만 명에 이르렀다. 이후 매 10년마다 100만 명씩 증가하는 복음화율을 보여 왔지만 인구비율로 볼 때 2000년대부터 그 성장률은 떨어지고 있는 추세다.
더욱이 현재 약 500만 명의 천주교 신자 중 상당수가 냉담 중이거나 주일미사에 참석하지 않고 있다. 그뿐 아니다. 1970년대 이후 입교한 많은 신자들이 아직도 그리스도교 신앙의 본질을 잘 모른 채 형식적 행위만으로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
그리스도교가 갖고 있는 핵심인 복음이 정확히 무엇인지, 무엇이 복음적 삶인지는 모르면서 신앙생활에 임하고 있는 것이다. 하느님의 말씀을 잘 알지 못하고 알려고도 하지 않으며, 내적 쇄신의 필요성도 느끼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본당의 단체에 들어가 활동하면 상당히 열심(?)한 신자라고 자부한다.
예수 그리스도가 누구이고 그분이 나에게 어떤 존재인지, 기도가 무엇이고 왜 기도하며 생활해야하는지 알아야 한다. 또 교회가 무엇이고, 그 교회 공동체 안에 속해 있는 신자인 나는 누구이며, 어떤 권리와 의무가 있는지도 알아야 한다. 적어도 ▲그리스도를 통해 우리에게 맡겨진 소명이 무엇인지 ▲복음화가 교회의 근본 소명이고 신자의 근본 소명이라는 점은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1983년 19차 라틴아메리카 주교 정기총회에서 ‘새로운 복음화의 시작’을 공식적으로 선포하셨고 새로운 복음화에는 ‘새로운 열정’ ‘새로운 방법’ ‘새로운 표현’이 필요하다고 강조하셨다.
한국교회의 새로운 복음화의 방향과 내용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 현대의 복음 선교 33항에서 제시하셨던 현대 세계 복음화의 3가지 관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중에서도 비그리스도인에게 복음을 선포하는 선교사업과 기존의 신자들을 복음으로 무장시켜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가 될 수 있도록 훈련하는 재복음화는 동시에 이루어져야 할 시급한 문제라 할 수 있다.
나아가 종교적, 문화적, 사회적 다원주의 속에서 살고 있는 현실 속에서 다원주의의 여러 장점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면서도 복음의 가치를 그 안에 접목시킬 수 있어야 한다. 복음적 가치를 진정한 삶의 가치로 살아갈 수 있도록 현대인들에게 분명하면서도 확신에 찬 새로운 복음화가 요청되는 때다.
과연 지금의 우리 교회가 이와 같은 새로운 방법과 표현을 추구하고 있는지 새로운 열정이 생겨나고 있는지 우리 모두가 묵상해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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