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울지 말아요. 민재 이제 안 아파요.”
김대우(보니파시오·41·수원교구 연성본당)씨에게 외동아들 민재(가브리엘·11)는 삶의 희망이자, 세상을 사는 이유다. 민재는 밝고 활기찬 성격에 컴퓨터 게임을 즐기는 평범한 아이였다. 심성도 착하고 나이보다 의젓해 동네에서도 칭찬이 자자했다. 민재가 곁에 있기에, 아빠는 가난했지만 행복했다.
그러나 행복은 길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초. 평소처럼 등굣길에 나서던 민재가 구토와 어지럼증을 호소했다. 아빠는 그저 감기에 걸렸거니 생각하고 동네 병원을 찾았다. 의사는 당장 서울의 큰 병원을 찾을 것을 권유했다. 그리고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민재는 현재 서울삼성병원 소아암병동을 오가며 병마와 싸우고 있다. 다행히 재빠른 항암치료에 들어가 병세는 호전됐다. 하지만 병마는 쉽게 민재를 놓아주지 않았다. 암세포가 머리로 전이돼 종양이 생겼다. 시 근육이 눌려 민재는 앞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 끝도 보이지 않는 병마와의 싸움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그런 민재를 바라보는 아빠의 마음은 시커멓게 타들어간다. 죽음의 문턱을 넘나드는 아이를 지켜보는 것도 괴롭지만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치료비도 어깨를 짓누른다. 아빠는 2005년 아내와 이혼한 후 홀로 민재를 키우며 살아왔다. ‘한 부모 가정’으로 선정돼 정부로부터 받는 지원금은 매달 쌀 한 포대와 학용품 몇 개, 현금 5만 원이 전부다. 아픈 민재를 돌볼 사람이 없어 아빠는 휴직계를 냈다. 병원비도 걱정이지만, 하루하루의 생계가 더 급한 처지다.
“아빠가 걱정할까봐 아픈 내색을 않는 가브리엘을 보면 제 가슴이 무너집니다. 이젠 더 이상 눈물도 나지 않습니다. 하느님께서 우리 가브리엘을 더 이상 아프지 않게 지켜주시면 좋겠습니다.”
아빠의 인기척에 잠들어 있던 민재가 몸을 뒤척였다. 아빠가 얼른 민재를 품에 안고 토닥이기 시작했다. 항암치료에 머리가 다 빠진 민재 몸이 마른 장작개비 같다. 민재는 누워서도 아빠 손을 놓지 않았다. 엄마를 떠나보낸 후 아빠까지 떠나갈 것만 같아서란다. 아빠의 눈에도, 민재의 눈에도 촉촉한 이슬이 맺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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