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 외신종합】교황 베네딕토 16세가 로마의 유다교 회당을 전격 방문했다.
교황은 1월 17일 로마의 유다교 회당을 찾아 랍비 등 유다교 주요 지도자들에게 대화와 화해의 정신을 강조했다.
교황의 이번 유다교 방문은 로마 유다교 공동체 대표인 리카르도 파시피카의 초청을 수락한 데 따른 것이다. 특히 이번 방문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지난 1990년 제정한 ‘가톨릭-유다교 간 대화의 날’인 1월 17일에 이뤄져 더욱 뜻 깊은 행사가 됐다.
교황은 이날 오후 5시25분께 리카르도 파시피카와 이탈리아 유다교 공동체 의장인 렌조 가테냐, 그리고 로마의 수석 랍비인 리카르도 디 세니의 환영을 받으며 회당에 도착했다.
교황은 회당을 찾기 전 로마 유다교 공동체 역사상 가장 어두웠던 시절을 상기시키는 장소 두 곳을 방문했다.
한 곳은 1943년 10월 16일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로마에 거주하던 1022명의 유다인이 강제로 축출됐던 곳이고, 다른 한 곳은 1982년 10월 9일 유다교 회당에 대한 테러리스트들의 공격으로 두 살 어린이가 목숨을 잃고 40여 명이 부상을 입은 곳이다. 교황은 아이의 죽음이 새겨진 평판에 헌화하고, 가족들을 만나 위로의 뜻을 전했다.
교황이 회당에 도착하자 그를 기다리고 있던 수많은 사람들이 큰 박수를 보냈다. 교황은 회당에 들어서기 직전 다시 한 번 돌아서서 환호하는 이들에게 화답했다.
교황은 그리스도교 신자를 비롯해 유다교와 이슬람교도 등 1000여 명의 군중들로 가득 찬 회당에서 연설을 통해 “비극의 역사를 치유하고 평화와 화해를 이룩하자”고 당부했다.
리카르도 파시피카는 이에 앞서 환영사를 통해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이번 유다교 회당 방문은 단지 종교적 행사로만 그치지 않는다”며 “유다교 공동체는 물론 시민사회 단체에도 깊은 징표를 남길 것”이라고 말했다.
파시피카는 이어 성 마르타 수도원에 거주하며 유다인 대학살을 피한 자신의 부친 엠마누엘 파시피카의 삶을 회고한 뒤, “당시 나치의 검은 손길로부터 수많은 유다인들을 도와준 이탈리아 내 가톨릭 신자들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전했다.
그는 “그러나 당시 교황 비오 12세의 침묵은 학살을 피해 도망치던 유다인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줄 수 있는 기회를 놓쳐버린 잘못된 행동이었으며, 이 역사는 여전히 우리를 아프게 한다”고 지적했다.
렌조 가테냐 의장은 종교간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신념의 차이가 종교간 갈등의 이유가 될 수는 없으며, 오히려 이를 통해 각 종교에 문화적 풍요로움을 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리카르도 디 세니 랍비도 교황의 방문에 감사의 뜻을 전한 뒤, “무엇보다도 두 종교간 긴밀한 대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유다교 회당 방문은 지난 2005년 4월 교황에 즉위한 이후 세 번째다. 교황은 지난 2005년과 2008년 각각 독일 쾰른과 미국 뉴욕의 유다교 회당을 방문한 바 있다. 교황이 로마의 유다교 회당을 방문한 것은 지난 1986년 전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 이어 역사상 두 번째다.
현재 이탈리아에는 약 3만5000여 명의 유다인들이 거주하고 있으며, 이들은 로마와 밀라노 공동체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로마의 유다교 공동체는 약 1만5000여 명의 신자로 구성돼 있다.
세계교회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