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자(種子). 다른 말로는 ‘씨’. 종자가 자라 식물이 된다. 어쩌면 종자는 식물의 또 하나의 근원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중요하다. 종자 상태에 따라 식물의 상태가 결정된다.
훤칠한 키에 선한 눈빛. 조금 마른 듯 하지만 어떤 옷이든 잘 어울릴 것 같은 몸매. 60대 후반 나이지만 50대 후반 정도로 보이는 얼굴. 국내 식물 종자 분야의 권위자 신하용(베네딕토·67) 대표이사는 연신 “뭐 하나 변변히 내세울 것 없는 사업인데…”라며 겸손해 한다.
축산학을 전공하고 직장생활을 하다 1980년대초 당시 정부의 방침에 따라 강원도 산골에 묻혀 초지(草地) 조성에 심혈을 기울이다 1984년에 산골에서 나와 (주)ABS코리아를 창립한다.
△일반농민들에게 앞선 지식 전달 △국제 규정에 부합하는 국내 품종 개발과 보급 △세계에 국내 품종의 우수성 홍보 등이 창립이념. 우수한 종자를 농민에게 보급하기위해 발품을 팔아온지가 어언 25년을 넘어섰다. 종자를 들여오는 나라도 많다. 미국 캐나다 호주 유럽연합에다 남아프리카공화국까지 근 30개국에 달한다. 그래서 ABS코리아에 요청하면 구하지 못할 종자가 없다.
신 대표는 ‘나의 아버지는 농부이시다’(요한 15, 1)라는 성경말씀을 인용하며 농업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한다.
“농사는 하느님 창조사업에 동참하는 일이죠. 날이갈수록 생명이 죽어가고 공동체가 파괴되어 가는 요즈음 우리 모두의 마음의 고향인 농촌에 관심과 애정을 기울여 나가야 합니다. 이렇게 해야 우리와 우리 이웃과 우리 나라, 나아가 온 인류가 살아 남을 수 있습니다.”
ABS코리아 방향을 알 수 있는 말들이다.
신 대표 신앙은 8살 많은 누나에서 비롯되었다. 원래 독실한 불교였던 집안이 누나의 세례와 수녀회 입회로 온가족이 천주교로 개종하게 된다. 경기여고를 졸업하고 골롬반회 신부의 추천으로 미국에서 유학한 누나는 공직생활을 하다 가르멜수녀회에 입회했지만 건강이 안좋아 퇴회했다. 하지만 독신으로 생활하며 적지않은 나이임에도 여전히 봉사의 삶을 살아가고 있단다. 어머니 김장주(엘리사벳) 여사도 열심이다. 재속 가르멜회에서 종신서원도 받았고, 성경필사도 여러번 했다. 레지오마리애 단원으로 1000차 주회에도 참가했다. 신 대표는 올해 96세에 접어든 어머니의 신앙에 항상 감동을 받고 있다.
신 대표가 가장 좋아하는 글자는 ‘愚’(어리석을 우)자다. 남보다 부족하다고 생각할 때, 남보다 뛰어난 것이 없다고 생각할 때 비로소 겸손해지고 평안해진단다.
“직원들이 가끔 사장님은 왜 자꾸 밑지는 거래를 하느냐고 묻습니다. 그러면 ‘나는 신앙인이다. 그래서 먼저 포용해야하고 끊임없이 반성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당장은 손해보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답을 하죠.”
신 대표의 앞으로 계획은 3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종자 관련 협회를 만드는 일. 선진 지식을 전달하기 위해 강연이나 현장을 찾는 경우가 많은데 회사에서 나왔다고 하면 꼭 회사 선전을 하기위해 나온 것처럼 오해받는 경우도 있단다. 협회가 필요한 큰 이유중 하나다. 둘째는 화학비료를 대체할 식물비료(녹비) 개발. 유기농을 활성화 시키기 위한 방편이기도 한다. 셋째는 미국 오리건주에 시험포장을 건설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국내 종자를 비롯 세계 여러 종자를 비교 실험하게 된다.
사업가인 신 대표, 하지만 여러 논문도 발표해 학자로서의 면모도 갖추고 있다. 세미나 등 각종 학술행사에 참가하랴, 사업상 외국 출장에다 성당 봉사까지… 정신없다. 그래도 항상 신앙이 우선이다.
본당 총회장을 두번째 하고 있는 신 대표는 1990년대 후반 한국가톨릭실업인회 시절 장덕진 회장과 함께 활동한 적도 있다.
“교구 경제인회가 영신적인 강연 개최 등 회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단체가 되면 좋겠습니다. 자연스럽게 활동할 분위기를 조성해 나가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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