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프란치스코(1182~1226)는 ‘산 다미아노(San Damiano)’에서 “가서 허물어져 가는 나의 집을 고쳐라”라는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았다. 이후 성인은 중세 시대의 암울했던 교회와 세상에서 허물어가는 하느님의 집을 고치기 위해 평화와 일치, 사랑과 나눔의 삶을 실천하며 평화의 사도가 됐다.
성 프란치스코가 하느님을 만났던 ‘산 다미아노’가 800년이 지난 21세기 서울 정동에서 문화공간으로 다시 태어났다. 작은형제회 한국관구(관구장 기경호 신부)는 정동 프란치스코회관 1층에 문화공간을 개관하고 19일 관구장 기경호 신부의 주례로 축복식을 봉헌했다.
작은형제회는 문화, 열림, 소통, 화해, 나눔, 일치의 공간을 마련하고자 지난해 2월부터 내부 의견 수렴과 전문가들의 자문을 얻은 결과, 산 다미아노를 오픈하게 됐다.
‘통교의 장’을 지향하는 이곳은 책과 음악, 공연 등 다양한 문화가 어우러진 복합 문화공간이다. 공간 한 쪽 벽면 전체를 차지하고 있는 책장에는 종교서적을 비롯해 경제, 사회 등 다채로운 장르의 책들이 준비돼 있어 ‘열린 도서관’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다른 한쪽에서는 회의나 소모임은 물론이고 공연과 영화를 상영할 수 있는 공간도 있을 뿐 아니라 여름에는 유리벽을 열어 노천 카페로도 변신이 가능하다.
330.57㎡ 남짓의 공간 곳곳에는 방문자들을 위한 배려가 눈에 띈다. 우선 조명부터 사람의 눈이 가장 편안하게 느낀다는 조도의 조명을 사용했다. 산 다미아노의 은은하고 편안한 느낌이 조명으로부터 시작되는 듯했다. 공명현상도 적어서 넓은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대화 소리가 명확하게 들리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공정무역 커피와 매니저가 매일매일 직접 구운 머핀도 이곳의 자랑이다.
이곳을 방문한 최나래(퀸틸라·28) 씨는 “책과 커피, 음악을 한 공간에서 즐길 수 있어서 좋다”며 “특히나 수도회에서 운영하시는 곳이기 때문인지 편안하게 쉬었다가 갈 수 있는 것같다”고 말했다.
산 다미아노의 운영을 담당하는 강신옥 수사는 “성 프란치스코가 하느님을 만난 것처럼 이곳을 방문하는 많은 분들이 종교와 사상을 떠나 이웃과 어우러지고, 하느님과 자기자신과 만나게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산 다미아노의 운영시간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며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휴관한다. 작은형제회는 이 공간을 이용해 저자와의 만남, 자선음악회, 클래식과 대중음악 공연 등 다양한 문화사목을 펼칠 계획이다.
※문의 02-6364-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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