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자세 잡으세요. 우선 왼발을 찍고 몸을 뒤로 젖히세요. 그리고 주먹을 쥐고 줄다리기하는 모습을 그리세요.”
22일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성동노인종합복지관(관장 문경수) 강의실. 수화노래 강사 최향덕 씨가 복지관 어르신들에게 가요 ‘개똥벌레’를 가르치는데 한창이다.
“하하. 또 틀렸네요. 절도 있고 예쁘게 해야 전달이 잘되겠죠. 다시 해볼게요. 하나, 둘, 셋.”
가끔 실수할 때면 멋쩍어 하지만 수화노래 수업에 참여한 어르신들의 모습은 진지하면서 배움의 열정으로 가득하다. 수화노래 반장 최정자(69) 씨는 “공연봉사대는 대회에 나가 상을 받을 정도로 열정이 넘친다”며 “또 다른 언어인 수화로 표현하고 소통하는 재미에 푹 빠져 지내고 있다”고 했다.
수화노래로 열정을 이어가고 있는 어르신들은 복지관 수화노래 공연 봉사대(이하 공연 봉사대). 평균 연령 70세 이상, 16명으로 구성된 공연 봉사대 어르신들은 매주 금요일 오전이면 수화노래를 배우러 복지관으로 향한다. 배우는 재미에 빠져 결석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최향덕 씨는 “어르신들이 항상 밝게 웃으시며 수업에 임하고 계시다”며 “수업시간보다 1시간이나 빨리 오셔서 강의실 청소도 해주시고 이전에 배웠던 것을 복습하시는 어르신도 계시다”고 했다.
리듬에 맞춰 수화노래를 하다보면 어느새 재미에 빠져 수화노래만 찾는 어르신들도 상당수. 8년째 수화노래를 배우고 있는 신진순(74) 씨는 “재밌다 보니 평소에도 수화노래 연습만 하고 지내는 것 같다”며 “한 번은 꿈속에서도 수화노래를 연습한 일이 있다”고 말했다.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수준급의 공연 봉사대 어르신들이지만 배움의 열정으로 실력이 나날이 향상되고 있다.
지난해 성동구청에서 진행된 ‘어르신 건강 축제’에서 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공연 봉사대의 유일한 청일점 김흥규(74) 씨는 “또 하나의 언어인 수화 노래를 배우면서 기본적인 수화는 할 수 있게 돼 청각 장애인들과도 소통이 가능해졌다”며 “더 열심히 배워 밀양아리랑을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공연 봉사대는 어르신들의 자아계발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더 많은 사람들과 기쁨을 함께하기 위해 복지관 내 행사, 어린이집 등에서도 무료로 수화노래 공연을 하며 ‘즐거움’을 나누는 나눔 실천에도 앞장서고 있다. 강사 최 씨는 “수화노래를 통해 다른 사람과 소통하고 기쁨을 함께 나눠 더 많은 분들이 행복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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