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교회의 선교사명에 대한 전통을 잘 살리고 있는가. 그렇지 못하다면 그 원인은 어디서부터 찾아야 할까.
20년 전, 한국에서 새로운 복음화 사업을 시작하면서 부딪친 가장 큰 벽은 교회의 누구를 막론하고 복음화라는 개념이 정립돼 있지 않아 겪었던 어려움이었다. 특히, 선교에 관해서는 그 누구도 목표나 전략을 갖고 있지 않았다. 그저 과거에 해왔던 그대로 반복하는 모습이었다. 선교의 방법은 여러 가지였지만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가르쳐주는 경우는 없었다. 예비자 입교식 날짜를 가르쳐주고 비신자들을 인도해오라는 것이 전부였던 시절이었다. 그나마 열심한 신자들은 이웃과 가족들을 찾아 성당에 다니자고 권면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었다.
물론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 천주교 신자들은 열심히 선교를 위해 기도하고 권면해 왔다.
하지만 왜 선교를 해야 하는지, 무엇을 전해야 하는지 알고 있지 못했다. 내가 전하는 것에 대한 확신과 체험은 있는지 따져보지 않았고 막연하게 비신자들을 성당으로 이끌면 된다는 경향이었다.
선교는 우리가 믿고 신앙하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에 대한 확신에서 비롯된다. 또한 우리가 믿고 받아들인 복음에 대한 확고한 신념에서 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많은 신자들이 우리가 믿는 신앙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고 구원관이 정립돼 있지 않다. 예수가 그리스도이심을 증거하고 선포하는 데 주저하고 있다.
새로운 복음화를 시작하는 우리 교회의 첫째 과제는 모든 신자들의 재복음화다.
재복음화를 위한 단계적이고 체계적인 교육과 훈련을 통해 신자인 자신들의 정체성을 올바로 알고, 자신이 믿고 있는 신앙에 확신을 가져야 한다. 아울러 예수그리스도를 통한 구원의 확신과 구원적 삶, 즉 이 세상에서부터 참다운 평화와 행복을 맛볼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확신해야 한다. 그래야만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새로운 삶의 변화를 가져 올 수 있고 삶의 변화를 통한 기쁨을 맛볼 수 있다. 우리 자신이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기쁘고 행복한 삶을 경험한다면 그 사람은 누구에게나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따르도록 권하게 될 것이다.
교회의 내적 쇄신이 선행될 때 그 바탕 위에 이론적 무장과 더불어 선교하는 교회 공동체로 거듭날 수 있다.
교회는 다양한 직무와 기능이 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교회는 선교하는 공동체다. 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는 “교회의 근본 소명은 복음화이고 엄격히 말해 교회가 복음화를 하지 않는다면 교회라고 말할 수 없다”라고 강조하셨다.
모든 것이 전문화되어 있는 현대사회 안에서 복음 선포는 무척이나 힘든 과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교회도 선교에 관하여 보다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춰야 하고, 전문가가 돼야 이 사회에 복음을 선포할 수 있다.
신자는 모두가 선교사가 돼야 하지만 아무나 선교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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