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신도들의) 보편사제직과 (사제들의) 직무사제직은 본질적으로 서로 다르다. ‘본질에서 다르다’는 것은 과연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이 본질상의 차이는 차별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직무사제직이 보편사제직보다 “성덕에 있어 더 높은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아니다”(현대의 사제양성 17항). 또한 두 사제직은 서로 경쟁관계에 있는 것도 아니다. 둘은 “서로를 지향하고 있고”(사제의 직무와 생활지침 6항), 상호 병립하는 것이다. 따라서 “직무사제직이 차지하는 역할과 임무 때문에 하느님의 모든 백성이 세례성사를 받음으로써 얻게 되는 사제직이 자리를 잃게 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현대의 사제양성 17항).
직무사제직은 보편사제직과 우열을 다투거나 경쟁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라 평신도들이 자신의 사제직을 충실하고도 완전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서 존재한다. 따라서 직무사제직을 맡은 성품 교역자들은 철두철미하게 봉사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그 봉사의 내용은 무엇일까. 직무사제직은 화해의 직무와 하느님의 양떼를 돌보는 직무와 가르치는 직무다(사도 20,281베드 5,2 참조).
성품 교역자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을 권위 있게 선포하고 특별히 세례성사와 고해성사 및 성체 성사를 거행함으로써 그리스도께서 보여주셨던 용서의 행위와 구원을 위한 봉헌의 행위들을 되풀이 한다. 또한 사랑을 통해 양떼를 한데 모아 일치를 이루게 하고 성령 안에서 그리스도를 통하여 성부께로 인도해 준다”(현대의 사제양성 15항). 그러므로 직무 사제직을 맡은 성품 교역자들은 “오로지 모든 이가 나름대로 공동 활동에 한마음으로 협력하도록 신자들을 사목하고 그들의 봉사 직무와 은사를 인정하는 것이 자신들의 빛나는 임무임”(교회헌장 30항)을 알아야 한다.
직무사제직을 수행하는 성품교역자는 더 나아가 평신도와 관련해서 두 가지를 요구받고 있다. 그 하나는 위압적인 방식으로 직무를 수행하는 것을 피하고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요구한 바대로 봉사의 정신 안에서 평신도들과 긴밀한 협력관계 속에 일하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공의회 이후 문헌들이 반복해서 강조하는 바대로 성품교역자와 평신도 사이의 구분을 명확하게 하여 서로의 임무를 혼동하지 않는 것이다.
이제, 신자들이 교회 생활에서 가장 가깝게 접하는 성품 교역자인 본당 사제가 어떻게 이 두 가지 요구를 충족시키면서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지를 살펴보기로 한다.
* 이 글은 가톨릭대 출판부의 「신학과 사상」 54호(2005년 겨울)에 실린 손희송 신부의 ‘교구 사제와 남녀 평신도’를 재구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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