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드리 헵번(1929~1993)하면 무엇이 떠오를까요? 우리는 ‘로마의 휴일’에 나오는 인형 같은 외모를 떠올릴 것입니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아프리카에서 깡마른 아이를 안고 있는 그녀의 사진을 떠올립니다. 그녀는 두 번의 이혼으로 사랑의 배신을 경험했고, 말년에는 암으로 고통을 받았습니다. 그러면서도 유니세프 친선대사를 자청해서 20여 개국을 방문하며 도움이 필요한 굶주린 아이들의 실상을 세상에 알렸고, 사랑을 실천했습니다. 그녀가 죽기 전 마지막 크리스마스 이브에 아들에게 남긴 글은 우리에게 진한 감동을 줍니다.
“매력적인 입술을 갖고 싶으냐? 그러면 친절하게 말하여라. 사랑스런 눈을 갖고 싶으냐? 그러면 사람들 속에서 좋은 것을 발견하여라. 날씬한 몸매를 갖고 싶으냐? 그러면 너의 음식을 배고픈 사람과 나누어라. 아름다운 머릿결을 갖고 싶으냐? 그러면 하루에 한 번이라도 아이들이 그 머릿결을 어루만지게 하여라. 균형 잡힌 걸음걸이를 유지하고 싶으냐? 그러면 네가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하며 걸어라. 생기 있게 살고 싶으냐? 그러면 물건뿐 아니라 사람도 새로워져야 하고, 재발견해야한다. 존경받는 삶을 살고 싶으냐? 그러면 어떤 사람도 무시해서는 안 된다. 생명 있는 모든 사람을 존중하여라.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고 싶으냐? 그러면 너 역시 도울 수 있는 손을 갖고 있음을 기억하여라. 아들아, 나이를 먹으면 너도 알게 된단다. 우리가 두 개의 손을 가진 이유는 한 손은 자신을 위한 것이지만 나머지 한 손은 다른 사람을 돕기 위한 것임을.”
그렇습니다. 그녀의 아름다움은 젊음이 아니었습니다. 평생을 사랑의 마음으로 살았기에 그녀가 진정 아름다울 수 있었습니다. 부분이 아니라 전부가 아름다울 수 있었습니다.
예수님은 오늘 복음에서 고향사람들에게 배척을 받았습니다. 왜 예수님은 고향사람들에게 환영받지 못했을까요? 사람들이 부분을 보고 전체를 평가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예수님의 놀라운 말씀을 듣고도 이렇게 말합니다.
“저 사람은 요셉의 아들이 아닌가?”(루카 4,22)
맞습니다. 그분은 요셉의 아들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부분입니다. 그분은 요셉의 아들이었지만 하느님의 아들이기도 하십니다. 그러나 그들은 예수님을 과소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도 그분에게 최상의 기적을 원했습니다. 마치 자기 자녀들에게 나무랄 때에는 누구누구보다도 못한 가치 없는 아이로 만들어 놓고, 그 아이에게 바라기는 좋은 대학, 좋은 직장, 좋은 배우자를 원하는 부모들처럼 말입니다. 부분을 가지고 전부를 무너트린 사람이 최고의 결과를 바란다는 건 모순 아닐까요? 그런데도 사람들은 자기가 뜻한 대로 되지 않자 예수님을 벼랑 끝으로 내몹니다.
요즘도 예수님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왜 믿지 않는 사람들이 사랑이신 예수님을 거부할까요? 예수님이 싫어서가 아닙니다. 예수님의 정신으로 사는 그리스도인이 없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을 2000년 전의 모습으로 가둬놓지 마십시오. 그것이 그분을 부분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그분을 지금 우리와 함께 머물게 하십시오. 그분의 손길이 필요한 모든 이방인들에게 우리의 손을 내미십시오. 우리도 예수님처럼 그들에게 도움을 주십시오. 빵이 필요한 이에게 빵을 주고, 사랑이 필요한 이에게 사랑을 주십시오. 그것이 그분을 온 세상에 완전히 드러내는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예수님이 행하신 2000년의 사랑이 됩니다. 빵을 주고 싶어도 몇 개밖에 안 된다고요? 그러면 그것을 5000일 동안 매일같이 하십시오. 매일 100원의 기금을 5000일 동안 모아 기아 돕기를 하십시오. 그러면 5000일의 기적을 행할 수 있답니다. 한 번의 많은 헌금보다는 평생의 작은 헌금이 그리운 오늘입니다.
말씀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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