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꼬마가 눈이 퉁퉁 부은 채로, 작은 상자 하나를 가지고 운동장 구석으로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아직도 눈물이 다 멈추지 않은 듯, 콧물까지 흘리며 걸어갑니다.
“꼬마야, 무슨 일 있니?” 대꾸도 없습니다. 그냥 걸어가는 뒷모습이 측은해서, 뒤따라 가 보았습니다. 그러자 그 꼬마는 상자를 내려놓고, 모종삽으로 땅을 파더니, 상자에서 죽은 새 한 마리를 꺼내며, 또 엉엉 울더니, 그 새를 묻어 줍니다. 새 장례식을 했다고나 할까요!
“꼬마야, 사랑하는 새가 죽었구나!” 고개를 끄덕입니다. “병이 들었어?” “아뇨!” “그럼?” “새가 너무 예뻐서, 하루 종일 새를 안고 쓰다듬어 주었더니, 그 다음 날 죽어버렸어요.”
이 이야기를 이렇게 다시 각색해 보면 어떨까요? 어느 부부가 눈이 퉁퉁 부은 채로, 관을 하나 메고 산으로 올라갑니다. “누가 돌아가셨나요?” 남자가 말합니다. “우리 아이가 죽었어요.” “안됐군요. 그런데 병으로 죽었나요?” “병은 아닌 듯 한데…” “그러면요?” “우리 아이가 너무나 예뻐서 하루 종일 예쁘다, 예쁘다 쓰다듬어 주면서 키웠더니, 결국 이렇게 죽어 버렸어요!”
몸에 좋은 약에도 ‘주의 사항’이라는 문구가 있듯이, 사랑에도 주의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건 우리가 누군가를 필요 이상의 관심과 사랑과 애정으로 대할 때 오히려 그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자녀인 경우, 더 그렇습니다. 부모로부터 지나친 관심과 사랑을 받은 자녀는 부모의 마음에 꼭 드는 사람이 되고자 하다가 오히려 한계에 부딪혀 더 큰 좌절과 절망으로 몸과 마음이 죽어갈 수 있습니다. 반대로 부모의 그런 지나친 사랑과 관심이 싫어서 그냥 내 삶은 내가 살겠다며, 자기 세계로 뛰쳐나가버릴 수도 있습니다.
또한 그것이 ‘배우자’인 경우 오히려 사랑 때문에 시작한 관심이 결국 불신이 되고, 미움이 되고, 증오가 되고, 분노가 되는 그런 경우를 많이 봅니다. 분명 배우자 한 사람은 그게 사랑이라 말을 하지만, 그러한 지나친 관심을 받는 다른 배우자는 받은 관심만큼 반응을 해 주어야 한다는 지겨운 현실 앞에 주저앉고 싶어 합니다. 참 사랑은 때로는 성숙한 사람들만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미성숙한 어른들이 사랑 타령을 하다가, 오히려 사랑 때문에 사람을 죽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성숙한 어른이 되는 노력, 우리 각자가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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