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천주교 공식 해외원조 기구인 한국 카리타스(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장 안명옥 주교)가 해외원조주일(31일)을 맞아 서울 중곡1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대강당에서 ‘한국천주교 해외원조 현황과 나아가야 할 방향’을 주제로 21일 기념 심포지엄을 열었다.
한국천주교 해외원조의 현주소를 공유하고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가 된 이날 심포지엄에선 ▲한국천주교 해외원조 현황을 바탕으로 한 실천과제 ▲한국천주교 해외원조의 발전을 위한 제언 등의 소주제로 토론이 진행됐다.
안명옥 주교는 개회사에서 “한국 가톨릭교회의 나눔 실천은 한국전쟁 이후 외국 교회에 원조를 받은 것에 비해 너무 미약해 반성과 성찰이 필요하다”며 “오늘 심포지엄이 가톨릭교회의 정체성을 깊이 돌아보고 그 정체성에 따라 나눔의 영성을 키워갈 수 있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심포지엄 요약.
■ 토론1 - 한국천주교 해외원조 현황을 바탕으로 한 실천 과제
“해외원조 기구들과 교류·협력 필요”- 최재선(전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 사무국장)
우리나라가 작년 말 OECD 개발원조위원회에 가입함에 따라 더 많은 해외원조 단체가 생겨날 것이다. 원조라는 새로운 자본시장이 가동돼 서로 경쟁하게 되고, 성장과 발전이 비교우위론으로 작용할 것이다. 경쟁이 가속되면 결국 가난한 이들의 비참과 고통을 판매하는 상업주의로 전락해 버릴 지도 모른다. 이러한 때일수록 한국 천주교 해외원조 기구와 단체의 교회적 정체성에 대한 끊임없는 성찰이 필요하다. 한국교회 해외원조 기구나 단체도 지난 20년 간 수적으로 늘어나 체제·형태가 다양화 되고 있다. 교회 교계제도인 교구, 본당, 수도회 등의 해외원조는 긍정적이나 다양성이 존중되는 가운데 상호 협력과 보완을 통해 조화의 일치를 모색해야 한다. 나아가 보편교회의 해외원조 기구들과의 교류와 협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빈곤퇴치에 관심·노력 기울이길”- 김대민 서울대교구 한마음한몸운동본부 국제협력부 차장
빈곤이란 경제개발, 사회·인간개발, 인권, 지속가능한 환경 등을 포괄하는 광범위하고 다원적인 개념이다. 경제·사회개발을 위한 협력 등의 인도적이고 다각적인 지원과 지구촌 모두의 강력한 의지가 있어야 빈곤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교회 내 해외원조 기관들도 지구촌 빈곤퇴치를 위해 많은 일을 하고 있지만 가톨릭 신자를 비롯한 국민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지구촌 빈곤 문제에 공감할 수 있도록 보다 많은 활동과 홍보가 필요하다. 교회 내 체계화, 전문화, 법인화된 해외원조 기구가 더 많아져야 하고, NGO들의 협력을 이끌기 위해 서로 만나 의견을 나눌 수 있는 협의체가 강화돼야 한다. 더불어 교회의 교구, 수도회 등에서 산발적으로 실행되고 있는 국제협력사업의 효과성 제고를 위한 협의체 구성도 제안한다.
“양극화 해결 위한 시스템 마련 급선무”- 문기호 기쁜우리월드 사무국장
세계와 우리나라의 구호단체에서는 양극화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원조사업을 시행하고 있으나 그 실행 방법과 지원 내용에는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양극화 해결을 위한 근본적인 접근 방식이 아닌 이슈에 따라 구호단체의 입장에서 결정되고 지원하는 수동적인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생계를 위한 생필품의 일시 구호, 순회 방문의 분배식 단순지원으로는 유,무형의 공급물품의 유효기간이 지나면 또다시 빈민국 국민들은 구호 단체를 기다려야 하는 종속 관계의 악순환이 되풀이 될 것이다. 지속 가능한,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으면 절대 빈민국의 숫자는 갈수록 늘어나고 불평등과 양극화의 굴레는 영원히 벗어날 수 없게 된다.
“원조사업, 상호 신뢰·투명성 갖추어야”- 염영섭 신부(예수회)
한국교회의 해외원조 사업은 현지의 요청에 대한 검토 없이 진행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또한 교회나 교구에서 제공하는 기금은 투명한 회계보고가 없기 때문에 교회를 통해서 기부하는 기부자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유용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천주교 신자들이 원조사업에 미미하게 참여하고 있는 이유는 바로 원조사업이 구체성과 지속성, 그리고 투명성을 띠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지역교회를 위해서 도와주는 어떠한 형식의 사업이라도 신뢰와 투명성이 요구된다. 또한 해외원조는 동등한 입장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잃지 않고 함께하는 삶의 초대를 의미한다. 이러한 초대는 일방적인 것이 아니며 그 초대에 응하기 위해서는 상호간의 문화적 이해와 현실적인 경제적 도움이 필수다. 상호간의 신뢰가 있을 때 신앙에 대한 선교적인 접근을 할 수 있다.
■ 토론2 - 한국천주교 해외원조의 발전을 위한 제언
“장기적·체계적 해외원조 사업 추진을”- 이경신 한국해외원조단체협의회 대외협력팀장
교회 내 각 기관, 교구, 수도회 등에서 수행하고 있는 사업을 전략적으로 서로 연계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해 천주교 내의 합의된 해외원조 정책을 수립하고 이에 따른 전략과 방향에 의거해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사업수행이 필요하다. 또 한국에서 사업을 지원하는 간접 수행방식인 경우, 사업에 대한 모니터링과 평가의 기능을 강화해 사업에 대한 투명성과 책임성을 보장해야 하며, 천주교회가 가진 사업에 대한 충분한 정보와 업데이트를 제공해 후원에 대한 지속적인 동기부여 및 해외원조 사업에 대한 인식을 증진 시켜야 한다. 또한 천주교 내의 해외원조 기관에서 수행하는 해외원조 사업에 대해 적극적인 홍보활동과 더불어 사업수행에 있어서의 전문성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해외원조의 전문 인력 양성은 물론 신자들의 지구시민으로서의 의식 고취를 위한 개발교육 활성화가 필요하다. 대외적으로는 천주교회 내의 네트워크 구축과 향후 국제개발협력분야에서 활동하는 타 기관들과의 활발한 교류를 통해 그들이 경험한 시행착오를 학습하고 함께 성장해 한국의 국제개발협력분야의 전체적인 발전을 도모할 수 있길 바란다.
“대상 국가의 입장에서 모든 사업 고려해야”- 이태주 한성대 교수(ODA WATCH 대표)
나쁜 원조, 잘못된 원조는 지역주민들을 더욱 원조에 종속시키고 민주적 참여과정에서 배제하며, 획일적이고 서구적 방식의 일방적 원조 관행을 통해 사회문화적 다양성을 파괴하기도 한다. 나쁜 원조는 오히려 남성들의 권력을 강화하고 불평등과 민족 간, 종족 간의 차별을 조장하며 가난하고 소외된 계층이 아닌 기득권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원조다. NGO사업에 대한 심사와 평가 때마다 느끼는 것은 너무 고심하지 않은, 유사·복제성의 일회성 사업들만 양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또 NGO의 국제개발사업은 정부 자금을 좇아 떠돌고 있다. 국제개발 사업은 창의성과 지속성과 함께. 다양한 파트너십의 구축과 동원이 필요하며 무엇보다도 현지사정에 정통해야 가능한 일이다. 또한 지원 대상 국가와 지역도 분쟁지역과 취약국가, 인도적 지원과 개입이 시급한 지역이 우선돼야 한다. 국제개발 사업에서 단체중심주의, 선교우선주의, 배타적 경쟁주의는 가장 큰 독소다. 파트너 국가의 주민들 편에서 모든 문제를 바라봐야 하고 인간의 존엄성과 다양성, 자율성을 보다 확대하는 방향으로 모든 사업이 고안돼야 할 것이다.
[한국 카리타스, 해외원조주일 기념 심포지엄] 한국천주교 해외원조 현황과 나아가야 할 방향
“한국교회, 나눔의 영성을 실천할 때입니다”
발행일2010-01-31 [제2683호, 13면]
▲ [왼쪽부터] 최재선 전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 사무국장, 김대민 서울대교구 한마음한몸운동본부 국제협력부 차장, 문기호 기쁜우리월드 사무국장, 염영섭 신부(예수회)
▲ 이경신 한국해외원조단체협의회 대외협력팀장, 이태주 한성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