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팍 신부님?”
청소년들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이어 ‘강호동처럼 얼굴에 빨간 분장 안 해요?’ ‘팍~팍~ 동작 좀 세게 하세요’라는 주문이 이어진다.
수원교구 안양대리구 청소년국(국장 노인빈 신부)이 1월 30~31일 마련한 고등부 새 학기 피정의 풍경이다. ‘우리도 새로운 삶을 살아가게 되었습니다’라는 주제의 이번 피정에는 안양대리구 비산동·왕곡·의왕본당의 고등부 학생들이 참여했다.
인간윷놀이, 떼제기도, 가톨릭문화선교단 ‘아름드리’와 함께하는 찬양 등 여러 가지 시간이 마련됐지만 단연 인기는 ‘무릎팍 신부님’. 교리퀴즈 등 주어진 지령 세 가지를 수행해야만 ‘무릎팍 신부님’을 만날 수 있다. 무릎팍 도사보다 더 듬직한 체구의 신부를 둘러싸고 아이들은 저마다 신이 났다.
곧이어 청소년만의 진지한 고민들이 이어진다. ‘성당 교리가 지루해요’ ‘살 빼는 방법을 알려 주세요’ ‘키가 작아요’ ‘우리는 너무 어색해요’ 등. 아이들이 제시한 질문에 속 시원히 대답해주는 신부의 재치가 눈부시다.
노인빈 신부는 “이번 피정은 즐겁고 자연스럽게, 그러나 하느님을 체험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주고 싶은 마음으로 준비했다”며 “모두가 하느님의 사랑을 충분히 받을 자격이 있다는 것을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피정에서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프로그램뿐 아니라 미사, 떼제기도, 고해성사 등 엄숙한 자리에서 하느님을 만나는 자리도 마련됐다. 끊임없이 반복되던 고등학생의 힘든 일상, 하지만 하느님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며 시름에 잠겼던 마음을 의지한다.
피정에 참가한 정희진(엘리사벳·왕곡본당)양이 행복한 표정으로 말했다.
“복잡했던 마음을 비워나갈 수 있는 뜻 깊은 시간이었어요. 참, 무릎팍 신부님, 겉모습도 강호동과 비슷했지만 강호동보다 더 확실히 우리 고민을 해결해 주셨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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