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구 시복시성추진위원회(위원장 이영배 신부)가 지난해 9월의 ‘한국 순교자 시복시성을 위한 3차 세미나’를 바탕으로 최근 「한국천주교회 창설주역의 천주신앙- 창설주역의 순교와 그 평판」을 펴냈다. 이 책은 정의채 몬시뇰이 특별기고에서 밝힌 대로 “한국교회 창설주역들의 시복시성 청원이 이른바 0순위로 진행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고 있다. 교구의 그 염원을 시복시성추진위 총무 최인각 신부로부터 들었다.
“새로운 접근이 필요합니다. 시복시성, 특히 한국교회 창립 선조들의 시복시성을 위해선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봐야 합니다.”
최인각 신부는 “시복시성은 단순히 긍정적 의견만 가지고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부정적 의견도 그 자체로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부정적 의견이 시복시성의 걸림돌이 아니라 오히려 그 과정을 풍요롭게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우선 방법적 차원에서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 최 신부의 의견이다. 그래서 “역사적 사료들의 문자적 해석에 매몰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한다. 순교자들의 행적을 추적할 때 사료적 접근을 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사료 그 너머에 담겨 있는 ‘진실’을 밝혀내고자하는 신앙적 접근 또한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역사학자의 ‘연구’는 신학자들의 ‘해석’을 통해 신앙적 의미를 지닌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최 신부에 의하면 역사학자들이 1번 주자로 뛰었다면 이제 그 바통을 신학자들이 이어 받아 달려야 할 차례다.
최 신부는 이 같은 의견을 조목조목 사례를 들어가며, 그러나 조심스럽게 말했다. “많은 학자들이 권일신은 사료적으로만 볼 때 배교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권일신은 어렵게 태동한 교회가 채 피어나지도 못하고 붕괴되는 것을 두려워했습니다. 그는 자신이 겉으로 드러나는 명목상의 배교 희생을 통해 교회를 살린 것입니다.”
이는 창립 선조들의 배교 누명을 이제는 벗겨야 할 때라는 정의채 몬시뇰의 주장과도 일맥 상통한다. 그렇다면 ‘이제’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최 신부는 교회법 전공자답게 절차상의 해법을 제안했다.
“시복시성 대상자의 순교에 대한 평판에 의문이 제기될 때, 이는 정식 재판 과정을 통해 모두 수렴되며, 우리는 그 결과에 주목하면 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한국교회 창설주역의 신심을 알리고 이분들에 대한 공경의 분위기를 확산시키는 것입니다.”
그동안 한국교회 창설주역에 대해 왜곡되게 평가된 점은 바로잡아나가는 것과 동시에 중요한 것은 창설 주역들의 교회를 이끈 리더의 진정한 모습을 재발견해 내야 한다는 것이다. 최 신부의 목소리는 한층 더 확신에 차 있었다.
“평신도 중심의 새로운 교회 모델로서도 창립 선조들의 신심을 발굴하고 홍보하는 일은 반드시 필요한 일입니다. 한국교회 창설주역들의 신앙은 칼을 들이대고 재단할 것이 아닙니다. 이는 오히려 세계 교회에 드러내고 자랑할 일입니다. 한국교회 창설주역들의 평신도 모델은 오히려 세계 교회의 새로운 모델입니다. 평신도와 성직자의 교류 모델로도 이만한 모델은 없습니다.”
최 신부는 개인적으로도 사제직의 힘을 한국교회 창설주역들로부터 얻는다고 했다. 최 신부에게 있어서 한국교회 창설주역 선조들의 삶은 지식이 아니라 내면으로 다가온다. 마치 영성이 지식이 아니라 체험으로 다가오는 구도를 닮았다. 그만큼 소중하고, 그만큼 나누어야 할 가치도 크다.
“전 세계 교회와 공유하고 나누어야 합니다. 한국교회 창설주역들은 단순히 한국교회뿐아니라 전세계 모든 신앙인들로부터 공경받을만 하십니다. 우리나라만의 기쁨과 영광이 아니라 세계가 함께 나누어야 할 기쁨과 영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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