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듯한 목자셨습니다. 늘 낮은 곳에서 가난한 이들과 함께한 착한 목자셨습니다.”
1월 29일 오전 10시, 서울 명동 김운회 주교 집무실. 기자의 말에 김 주교가 손사래를 쳤다.
“제가 맡은 임무에 충실했을 뿐입니다. 소외된 이웃을 찾아가는 것이 저의 소명이었고, 단지 그분들과 함께했을 뿐입니다.”
1월 28일 저녁 8시(로마시각 정오), 교황 베네딕토 16세로부터 신임 춘천교구장으로 임명받은 김운회 주교(전 서울대교구 사회사목담당 및 동서울지구담당 대리)는 겸손했다.
“평화로운 자연 속에서 소박한 사람들과 더불어 사는 아름다운 삶을 동경해왔습니다. 이제 하느님께서 저를 춘천교구로 불러주셨으니 기쁜 마음으로 순명합니다. 주님께서 부족한 저를 부르신 뜻이 무엇인지 교구장직을 수행하며 평생 묵상하겠습니다.”
그리고 모든 것을 하느님과, 춘천교구 사제단 그리고 교구민에게 맡긴다고 했다.
“함께 기도하고 희생하고 노력할 때 비로소 저는 춘천교구민이 원하는 춘천교구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두려움이 앞서지만, 저와 모든 것을 함께하실 춘천교구 사제단과 교구민들을 믿고 그분들을 향해 갑니다.”
1973년 사제품을 받고 올해로 38년째를 맞고 있는 김 주교에게서 ‘나’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모든 것 앞에 ‘너’를 세웠다.
“제가 인복이 많습니다. 지금 이 자리에 있을 수 있었던 것도 모두 부족한 저를 도와주신 많은 은인의 덕입니다. 춘천교구에 가도 많은 분들이 저를 도와주시리라 믿습니다. 전임 춘천교구장 장익 주교님께서 워낙 훌륭하신 분이라 제가 거기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일 따름입니다.”
그러나 김 주교를 곁에서 오래 모셔온 김용태 신부(서울대교구 사회사목부 사무국장)는 “김 주교님이 사회사목을 담당하셨고,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위원장도 맡고 계시니, 춘천교구 사회복지나 대북지원 분야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실 것”이라면서 “춘천교구는 훌륭한 교구장을 맞으셨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워낙 사랑이 많으신 분이라 춘천 교구민들에게도 따듯한 사목자가 될 거라는 확신이 있다”는 것이다.
사회사목분야나 대북선교뿐만이 아니다. 김 주교는 보좌주교로 서품되기 전 22년간 동성중?고등학교 교사, 청소년 교육과 관련된 사목에 종사한 청소년사목 전문가다. 이러한 그의 이력은 최근 청소년 사목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춘천교구의 행보와 조화를 이룬다.
“청소년은 교회의 미래라며 모두가 그 중요성에 대해 얘기하지만 정작 사목은 어른 중심입니다. 청소년사목은 젊은 사목자의 것이라는 생각부터 바꿔야 한다고 봅니다. 아이에서 노인까지 모든 연령층과 함께하는 사목을 해야 합니다. 그래야 청소년의 미래가 밝아집니다.”
김 주교는 ‘함께’의 중요성에 대해 누차 강조했다. “함께하는 것, 그것이 사랑입니다. 8년 동안 보좌주교직을 수행하면서 아쉬운 점이 많지만, 늘 신자들과 함께하려고 노력했습니다. 힘들 때나 기쁠 때나 괴로울 때나 곁에 있어주는 것, 그것이 제가 신자들에게 해줄 수 있는 몫이라 생각했습니다.”
한국교회 교구 중 가장 넓은 면적을 가지고 있는 춘천교구, 휴전선 너머 북강원도에서 멀리 함흥교구까지 돌봐야 하는 춘천교구장의 직무도 그렇게 수행할 거라고 했다.
“부족한 것이 많으니 몸이라도 늘 신자들과 함께하자는 것이 제 생활신조입니다. 가능한 한 저를 필요로 하는 모든 곳에 함께하려고 노력할 것입니다. 신자들의 삶의 현장에 함께하는 것, 그것이 제가 사목자로서 지켜야할 우선적인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김 주교는 대북지원에 대한 의견도 밝혔다.
“전임 장익 주교님께서 보여주신 북한 동포에 대한 사랑에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춘천교구 사제단?교구민들과 함께 생각을 나누고 현장에 대해 배워가면서 북한 선교와 지원에 힘쓰겠습니다.”
이제 새로운 100주년을 향해 도약하는 춘천교구의 새 수장이 된 김 주교는 서울대교구 보좌주교로 지냈던 지난 세월에 대해 ‘은총’이라고 표현하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모든 것이 하느님의 은총이었습니다. 서울대교구 사회사목담당 대리로 사목하면서 정말 많이 배우고 성장했습니다. 이 경험이 앞으로 제 사목활동에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그 동안 저를 도와주신 모든 사목자분들 그리고 특히 저를 위해 기도해주신 서울 교구민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곧 만나게 될 춘천교구민들에게도 인사를 전했다.
“70주년의 역사가 서린 춘천교구의 교구장으로 임명돼 영광입니다. 춘천교구의 체계를 세우고, 틀을 갖춰 발전시킨 장익 주교님과 춘천교구 사제단, 그리고 골롬반외방선교회 사목자들께도 감사드립니다. 부족한 제가 하느님 보시기 좋은 공동체를 이루는데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많은 기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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