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파엘로는 루카복음 5장 1-11절의 말씀을 배경으로 <고기잡이배의 기적>을 그렸습니다. 이 그림은 1514년에 레오 10세 교황이 시스티나 성당의 창문에 걸어 둘 태피스트리를 제작하기 위해 라파엘로에게 밑그림을 주문한 열 개의 그림 중 하나입니다. 1519년 12월 26일에는 먼저 제작된 일곱 개의 태피스트리가 시스티나 성당에 걸렸고 사람들의 경탄을 자아냈습니다. 그중 가장 유명한 작품이 바로 이 그림입니다.
이 그림을 보면 겐네사렛 호수가 그림의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멀리 마을이 보이고 군중이 예수님께 몰려들고 있습니다. 호숫가에는 배 두 척이 보이고 배에는 고기가 가득 채워져 있습니다. 그래서 배가 가라앉을 지경이 되었습니다. 떠돌고 있는 물새들도 예수님께로 몰려들고 있습니다. 바다의 물고기도 공중의 새들도 모두다 그분을 찬양해야 하니까요.
한 배에서는 베드로의 동료들이 고기를 끌어올리고 있고, 다른 한 배에서는 베드로가 예수님께 무릎 꿇어 빌고 있습니다. 아마 자기가 죄인이라고 고백 하는가 봅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괜찮다는 듯 손을 흔들고 있습니다. 예수님과 베드로의 시선이 마주치고 예수님의 시선은 베드로를 끌어당기고 있습니다. 그리고 베드로 뒤에 있는 제자도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르려고 합니다. 그리고 다른 배의 두 제자들도 시선을 예수님께 돌리며 서서히 그물을 놓으려고 합니다. 시선부터 돌려야 그분을 따를 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뱃사공은 예수님께 시선을 돌리지 않고, 사람들과 마을을 향해 시선을 돌리고 있습니다. 그의 얼굴에만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는 게 놀랍기만 합니다. 그리고 마을에 있는 군중들의 모습도 검은 그림자로 가득합니다. 예수님과 제자들에게만 밝은 미래가 펼쳐지는 느낌마저 듭니다. 그래서 베드로의 마음을 담아 시를 씁니다.
모든 게 당신 것
모든 것이 당신 것입니다.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모두가 당신 것입니다.
그런데 당신이 저에게 오셨습니다.
당신은 저에게 배를 빌려 달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감사의 표시로 말씀을 주셨습니다.
“깊은 데로 저어 나가서 그물을 내려 고기를 잡아라.”(루카 5,4)
저는 밤새도록 고기를 한 마리도 잡지 못했지만
당신께 대답했습니다.
“스승님의 말씀대로 제가 그물을 내리겠습니다.”(루카 5,5)
저는 단지 그물을 내렸습니다.
고기를 잡으려 하지 않고 당신의 말씀만을 따랐으니까요.
그런데 저에게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그물이 찢어질 만큼 물고기가 잡혔으니까요.
겁이 난 저는 당신 앞에 엎드려 고백했습니다.
“주님, 저에게서 떠나 주십시오.”(루카 5,9)
죄 많은 제가 당신의 은총을 받기에 부당하니까요.
그러나 당신은 저에게 이르십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이제부터 너는 사람을 낚을 것이다.”(루카 5,11)
이제부터 저는 고기가 아니라 사람을 낚을 것이니까요.
저는 모든 것을 버리고 당신을 따랐습니다.
저의 배와 저의 집과 저의 사람들을 버리고 당신을 따랐습니다.
모든 것을 버리는 사람이 모든 것을 얻을 수 있으니까요. 말입니다.
말씀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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