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려받은 재산없이 자기 혼자 힘으로 집안을 일으키고 재산을 모음’, 자수성가(自手成家)의 사전적 의미다. (주)경성주류 김철홍(베드로·58) 대표이사가 자수성가한 사람이라는 데 별다른 이견은 없다.
“좋은 사업도 아닌데, 술이야기는… 성경에도 별로 좋은 말씀이 없고….” 한사코 인터뷰를 거부하는 김 대표를 설득하느라 힘들었다. “회장님, 성경에도 술에 대한 긍정적 얘기가 있습니다. 바오로 사도가 티모테오에게 잦은 병의 치료를 위해 포도주를 마시라고 한 적도 있습니다.”
김 대표는 애달픈(?) 요청에 더 이상 거부하기가 힘든지, “술을 먹는 것이 잘못이 아니라 술을 먹고 남에게 피해를 주거나, 죄악을 범하는 것이 잘못이겠지요”라는 말로 수락했다.
고향은 강원도 고성. 최근까지 공식학력은 ‘초등학교 졸업’이었다. 그 당시는 대부분 가난했고 김 대표 집도 가난했다. 그래서 중등학교 진학을 못하고 면사무소 급사를 하며 공무원이 되려 했다. 그러다 1960년대 초 서울에 와 여러 가지 일을 했다. 주류도매업에 뛰어든 것은 1981년. ‘배운 것도 없고, 장사를 해야 먹고 살 수 있겠다’는 생각에 트럭 1대로 사업을 시작했다. 1986년 법인으로 등록했고, 지금은 직원 15명에 차량도 다수 갖춘 규모있는 사업체로 발전했다.
“제 고향 고성에 거진성당 관할 대진공소가 있습니다. 제 신앙의 출발지가 바로 그곳입니다.”
김 대표는 어릴 때 공소에서 부활이나 성탄때 나눠주던 여러 선물들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그래서 꼭 성당에 다니려 했다. 어른이 되어 몇 번에 걸쳐 예비신자교리반에 등록했지만 실패를 거듭하다 1996년에 드디어 세례를 받았다. 이어서 부인 서경자(사비나)씨와 딸들이 세례를 받아 성가정을 이뤘다. 김 대표 신앙은 대부 정규준(아우구스티노) 예비역 소장 영향도 커다. 대자 15명이 정기적으로 대부를 모시고 모임을 갖고 있다.
사업운영에도 신앙적인 모습들을 접목시켜가고 있다. 가장 큰 특징은 모두가 한가족. 그래서 형제애가 넘친다. 수입 지출 등 모든 재정을 공개하는 한편 어려움과 수익을 서로 나누고 있다. 이른바 ‘투명 경영’. 이렇게 하다보니 직원들에게 따로 잔소리를 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김 대표 신앙 모토는 ‘네 이웃을 내 몸같이 사랑하여라’다. 제대로 나누지는 못하고 있지만 제일 좋아하는 예수님 말씀이다.
“사실 그동안 삶의 여유가 없었습니다. 앞으로는 꼭 이런 삶을 살겠다고 다짐에 다짐을 거듭합니다.”
경기도 성남시 시의원 12년. 김 대표의 또 다른 이력이다. 지역사회에 기여해보고자 출마해 여러번 당선됐다. 격려도 많았지만 짧은 학력으로 인해 간혹 움츠러들기도 했다. 그래서 최근 검정고시에 이어 대학을 졸업했다. 예순이 다가오는 나이지만 의지를 한번 시험해 보고 싶었고 성공했다.
“시의원 시절, 신앙인으로서 혹 교회에 도움되는게 없는지 살펴보기도 했습니다. 바쁜 삶을 살다보니 큰 봉사는 못했습니다. 그래서 항상 주님께 죄송한 마음 갖고 있습니다.”
자녀는 딸 둘. 아버지가 겪은 어려웠던 시절을 들려주려 고향 고성에 자주 데려 갔다. 딸들에게 항상 강조한 것은 ‘근검절약의 삶’이다. 대학 졸업후 직장을 잡은 딸들, 부모에 의지하지 않고 열심히 살아주는 모습이 너무 대견하다.
김 대표는 은퇴하면 귀향할 생각이다. 고향사람들과 나누고 싶고, 특히 어리고 힘들 때 많은 힘이 되어 준 대진공소 신자들과 신앙적인 삶을 함께 하고 싶어 고향에 내려갈 계획이다.
교구경제인회 가입 소감을 묻자, 김 대표는 “큰 기쁨을 갖고 있다”며 “분명한 것은 우리 경제인회가 항상 신앙이 우선되는 모임이 되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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