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기는 신앙선조들의 혼이 배어있는 그릇이다. 신앙을 지키기 위해 박해를 피해 산 속에 숨어 살았던 선조들은 옹기를 구우며 근근이 생활을 이어갔다. 하지만 어려운 상황에서도 선조들의 믿음은 빛을 발했다. 옹기에 십자가나 물고기 문양을 새겨 넣어 자신들의 신앙을 담았다.
선조들의 삶과 신앙이 그대로 담긴 옹기가 젊은이들의 열정에 의해 새로운 개념의 옹기로 재탄생했다. 서울 방배동본당 청년회 ‘옹기마을’(단장 송준호 파비아노)이 바로 그 옹기다.
옹기마을은 1993년 구성된 연극단체다. 처음에는 장년과 청년이 함께 활동했지만 지금은 연극에 대한 사랑과 끼를 갖춘 11명의 청년들이 열정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2월 6일과 7일 양일간 16번째 정기공연을 성황리에 마치기도 했다. 가족 간의 용서와 화해,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연극 ‘그 여자들 다시 통닭을 먹다’(강병헌 작)라는 흥미로운 제목의 공연이었다.
공연을 이틀 앞두고 연습에 한창이던 옹기마을을 찾아가봤다. 오후 8시 미사가 끝난 성당에는 때 늦은 망치질 소리가 요란했다. 공연의 무대가 될 소강당에서 세트작업을 하는 소리였다. 손수 세트도, 소품도 마련하다보니 완벽하지 않지만 부족한 부분은 하느님께서 채워주실 거라는 믿음이 그들에게는 있다.
그 사이 배우들이 하나 둘 모였다. 단원들 대부분이 대학생, 직장인이기 때문에 연습할 시간이 넉넉지 않다. 전체 리허설을 시작하려고 하니 벌써 9시였다. 배우와 스태프들이 하나가 돼 마지막으로 무대를 꼼꼼히 살피고 대사 한 줄을 다시 살펴본다.
단장 송준호(파비아노) 씨가 리허설의 시작을 알렸다. 리허설의 시작은 역시 기도였다. 공연을 준비하는 단원들이 함께 모여 한마음으로 기도를 드린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리허설에 들어갔다. 항상 그렇듯 리허설은 여느 프로 극단처럼 긴장감의 연속이다. 무대 위에서는 수줍던 청년들의 모습은 사라지고 진정한 배우들만이 남아있었다.
송준호 단장은 “좋은 내용의 작품이기에 감동과 재미를 주겠지만 관객들의 반응이 걱정도 되지만 이번 무대가 좋은 소통의 장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고 수줍게 말했다. 옹기마을의 자랑을 말해달라는 기자의 말에 그는 “연기와 신앙으로 통합된 단체”라며 “다들 개성이 강해서 조합될 것 같지 않지만 각자 신앙생활에 충실하며 하나가 되는 것이 옹기마을의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9월에도 새로운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는 옹기마을 배우 한 명 한 명이 신앙선조들의 혼이 배인 옹기의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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