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가진 것이 없었는데 너무나 많은 것을 나눠주고 가신, 너무나 큰 분이시지요.”
서울대교구 ‘김수환 추기경 선종 1주기 준비위원회’ 위원장 안병철 신부는 이번 추모행사 준비기간은 김 추기경이 보여준 무소유의 위대함을 절감하는 과정이었다고 토로했다.
아울러 그만큼 행사 준비는 조심스럽고도 어려웠다. 선종 1주기를 즈음해 신자는 물론 수많은 국민들의 관심이 추모행사와 사업 등에 집중돼왔다. 하지만 서울대교구는 거창한 행사를 최대한 배제, 몇몇 자료를 통해 김 추기경의 생전의 뜻을 환기하는 추모시기를 보낼 방침이다. 세속적인 잣대로 본다면 이른바 ‘그럴듯하게 보일 만한 것’은 없다는 설명이다.
“정말 보여드릴 것이 없습니다. 김 추기경님은 가진 게 별로 없으셨으니까요.”
안 신부는 “선종 1주기를 맞아 우리가 할 일도 여전히 김 추기경님의 정신을 오롯이 이어 사회 곳곳에 더욱 확산되도록 힘쓰는 것”이라며 “그분을 추모하는 행사가 외형적으로 요란스럽기만 하다면 사랑과 감사, 나눔과 겸손의 뜻을 훼손하게 된다”고 행사 전반의 의미를 전했다.
교구는 그동안 사회 곳곳에서 제안해온 추모사업도 정중히 거절해왔다. 생전에도 자신의 이름을 내세우는 행사나 사업은 허락하지 않았던 김 추기경의 뜻을 기억해서다.
반면 안 신부는 “이번 추모행사는 ‘통합의 촉매제’로써 큰 의미를 지닌다”고 강조했다.
“현재 우리 사회에는 화해와 통합이 더욱 절실히 요청됩니다. 이번 추모행사를 준비하면서 우선 교구 사제들이 김 추기경님을 본받기 위해 새롭게 반성하고 고민하는 모습을 만났습니다. 또 지난 1년간 교회 안팎에서 공동선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선종 1주기를 맞아 우리가 기억해야할 김 추기경님의 선물입니다.”
안 신부는 특히 “김 추기경님의 삶과 정신은 ‘물질이 정말 사람을 행복하게 할 수 있나’라는 화두를 던지고, 우리 마음 속에 내재된 나눔의 정신에 불을 붙였다”고 역설했다.
“김 추기경님은 전 생애를 통해 남이 나를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남을 위해 존재하고 실천한다는 모범을 보이셨습니다. 이번 추모기간을 보내면서 신자 한 분 한 분이 김 추기경님을 닮아 그리스도인로서 본질을 살려고 노력할 때, 세상 속에 교회가 더욱 탄탄히 서고 복음화를 이끌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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