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본문 : 마태 16,21-22】
“그때부터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반드시 예루살렘에 가시어 원로들과 수석 사제들과 율법 학자들에게 많은 고난을 받고 죽임을 당하셨다가 사흗날에 되살아나셔야 한다는 것을 밝히기 시작하셨다. 그러자 베드로가 예수님을 꼭 붙들고 반박하기 시작하였다. ‘맙소사, 주님! 그런 일은 주님께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예수께서 당신의 수난에 대해 제자들에게 처음으로 예고하시자, 베드로가 극구 반대하면서 주님께 따지듯이 대듭니다. 하느님 나라를 세속적인 왕국으로 생각하고 있었을 베드로로서는 예수님의 말씀이 황당하기 짝이 없었을 것입니다. 그런 베드로에게 예수님께서는 “사탄아, 내게서 물러가라. … 너는 하느님의 일은 생각하지 않고 사람의 일만 생각하는구나!”라고 말씀하시면서 엄하게 꾸짖으시면서,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이 같은 내용이 나오는 연중 22주일(가해, 마태 16,21-28)의 복음 내용에 대한 교부들의 성경주해를 네 차례에 걸쳐서 살펴보겠습니다.
요한 크리소스토무스는 베드로가 왜 그렇게 반대했는지, 그리고 예수님께서 그런 베드로를 어떻게 이해시키시는지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합니다.
그런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베드로는 예수님의 말씀을 인간적이며 현세적인 견지에서 들었습니다. 그는 예수님께서 그런 일을 당하시는 것은 합당치 않으며 치욕스러운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를 매섭게 꾸짖으셨습니다. ‘내가 고난을 겪는 것은 나에게 당치 않은 일이 아니다. 네가 육적인 생각에서 벗어나 내 말을 믿음의 귀로 들었다면, 그 모든 것이 나에게 필요한 일임을 알았을 것이다. 너는 내가 고난을 당하는 것이 나에게 합당치 않은 일이라 여기는 듯하구나. 그러나 내가 말하노니, 내가 고난을 당하지 않는 것은 악마가 바라는 바이다.’ 이처럼 예수님께서는 역논증으로 말씀하시면서 베드로의 걱정을 가라앉히십니다”(요한 크리소스토무스 『마태오 복음 강해』 54,6).
예수님께서는 세례자 요한을 설득시키실 때도, 그리고 또 다른 상황에서 베드로를 설득시키실 때도 역논증을 사용하셨습니다.
“자신이 그리스도께 세례를 베푸는 것은 합당치 않다고 생각한 요한 세례자가 ‘지금은 이대로 하십시오’(마태 3,15)라는 예수님의 말씀에 설득당했던 일을 기억하십시오. 베드로에게도 이런 일이 있었던 것을 우리는 봅니다. 그리스도께서 발을 씻어 주려 하시자 안 된다고 하는 베드로에게 예수님께서는 ‘내가 너를 씻어 주지 않으면 너는 나와 함께 아무런 몫도 나누어 받지 못한다’(요한 13,8)고 하셨습니다. 이때도 예수님께서는 반대의 경우를 이야기하심으로써 그를 설득하셨습니다. 여기서도 주님은 반대로 했을 경우의 무서운 결과를 알려 주심으로써 주님의 고난에 대한 베드로의 두려움을 잠재우셨습니다”(요한 크리소스토무스 『마태오 복음 강해』 54,6).
주님께서 장차 고난을 당하시리라는 말씀에 베드로가 반박하자, 예수님께서는 베드로가 당신의 말씀을 제대로 들었다면 그것이야말로 당신께서 가실 길임을 알았으리라고 말씀하십니다. 제자들도 이렇게 오해를 할 정도이니, 다른 사람들은 오죽했겠습니까? 따라서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당신이 누구신지 사람들에게 알리지 말라고 분부하신 것이 참으로 옳았음이 더욱 분명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아직 때가 되지 않았던 것입니다.
말씀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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