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중반의 꽤 괜찮은 청년(?)을 상담을 통해서 오랫동안 만난 일이 있습니다.
모든 것이 잘 갖추어진 청년인데 상담 도중에 결혼 이야기만 나오면 슬슬 이야기를 빼는 것입니다. 그런데 한 날은 그 청년이 먼저 찾아와서 말을 하더군요. 사실 자기는 그 동안 참 많은 여자를 만났었다고. 그리고 정말 사랑했던 여자들도 있었다고! 그런데 막상 결혼 이야기가 오고 갈 때만 되면, 번번이 헤어지고 말았다는 것입니다. 아니, 일방적으로 헤어짐을 당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결혼을 앞두고 헤어지자 말했던 여자들이 이구동성으로 했던 말이, 그 청년이 여자들을 너무 힘들게 한다는 것입니다. 그 청년은 눈물을 글썽이더니, ‘정말 최선을 다했는데…, 그게 힘들었다 하네요!’.
그렇습니다. 청년은 외모도 준수했고, 매너도 좋았습니다. 사람에 대한 배려도 탁월했고, 타인에 대한 마음 씀씀이도 편안했던 청년이었습니다. 그런데 왜 그렇게 꽤 괜찮은 청년이 늘 절교를 당했을까요.
처음에 청년의 멋진 매너가 좋아 보일 때에는 여자들도 행복했을 터입니다. 하지만 지나친 정도의 매너를 몇 달 동안 보다보니 여자들 역시 숨이 막히면서, 싫증이 난 것입니다. 사람은 서로를 알아갈수록 지나친 경계를 풀고 편안하게 자신을 드러낼 수 있어야 하는데, 지나친 매너 앞에 도무지 그 사람의 속을 알 수 없자, 여성들은 그냥 질렸던 것입니다.
청년은 또한 사람에 대한 배려도 탁월했습니다. 만났던 여자들은 처음에는 하나에서 열까지 모든 것을 배려해 주고 챙겨주는 이 청년을 보면서 ‘세상에 이런 남자가 또 있을까!’하는 그런 마음이 들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모든 사람에게도 지나칠 정도로 배려하는 걸 보면서, 그 청년이 만난 모든 여성들은 의구심이 들었던 것입니다. ‘아, 이 사람의 배려가 결국에는 나만을 위한 배려가 아닐 수도 있겠구나!’
타인에 대한 지나친 매너와 배려! 이것은 지나친 자기애(自己愛)에 대한 표현입니다.
즉 자기 세계에 갇혀, 자기 방식대로 사랑하고, 자기 방식대로 표현을 하니, 결국 타인의 진정한 바람이 무엇인지 모르는 것이지요. 그리고는 최선을 다했다 말들을 하는데….
그냥 안쓰러울 뿐입니다. ‘지나침’과 ‘무관심’은 백지 한 장 차이인 듯 합니다. ‘자연스럽게’ 라는 덕목이 생각나는 하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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