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2월 23일. 여느 아이들처럼 축복을 받으며 엄마 품에 안겼어야 마땅할 아기가, 태어나 엄마의 얼굴 한 번 보지 못하고 인큐베이터를 향했다.
아기의 이름은 찰스. 아빠와 엄마는 모두 필리핀에서 온 이주 노동자다.
찰스의 아빠 제시(37)는 2006년 한국에 들어와 한눈 한 번 팔지 않고 성실히 일해 왔다. 그러다가 친구의 소개로 2008년 찰스의 엄마 미리암을 만났다.
서로에게 의지하며 타향 생활의 어려움을 이겨내던 두 사람은 평일에는 힘들게 일하고 주말이면 만나 사랑을 키워갔다. 그렇게 꿈같던 시절이 계속될 것이라 믿었던 이들에게 청천벽력과도 같은 일이 벌어졌다.
직장노동사목 전담 이창신 신부는 “울산에서 일하던 미리암씨가 아기를 출산하다 심장마비가 와서 급히 양산에 있는 부산대학교 병원으로 이송해 수술했다”면서 “이미 오랜 시간 뇌에 산소가 공급되질 않아 뇌사상태에 빠지고 말았다”고 당시의 상황을 설명한다.
너무나도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이라 미리암과 아기를 돌보는데 만도 정신이 없는 제시에게 더욱 커다란 부담이 더해졌다. 그것은 1400여 만 원의 병원비와 매달 추가로 들어가는 70만 원의 비용이다.
제시는 현재 미리암의 간호에만 전념할 수가 없어 야간에는 공장에서 일하고 낮에는 힘들게 아내를 간호하며 하루 4시간의 수면으로 버티고 있지만 병원비용을 마련하기엔 역부족이다.
제시는 “밤낮으로 정신없이 생활하고 있지만 그래도 아기를 생각하며 힘을 낸다”면서 “미리암과 처가 식구들을 위해 끝까지 노력할 생각”이라고 말한다.
병원에서는 뇌사상태에 빠진 미리암이 회복될 가능성은 많지 않다고 설명하지만 제시는 희망을 잃지 않고 있다.
“미리암에겐 꿈이 많았습니다. 온 가족이 함께 떠나는 기차 여행, 그리고 놀이동산에도 꼭 한번 가고 싶어 했어요. 그래서 그녀는 일어나야만 합니다. 아기와 함께 행복한 가정을 꾸리자고 그렇게 약속했는데….”
일상 생활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울먹이는 제시의 움켜진 두 손 위로 굵은 눈물방울이 떨어졌다.
※도움 주실 분 1006-792-000001 우리은행 703-01-360421 농협 예금주 (주)가톨릭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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