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 추기경 선종 1주기를 맞아 추모 열기가 뜨겁다. 장기기증과 옹기장학회 등에 쏟아지는 이목도 많지만 무엇보다 문화적인 추모 열기는 추운 겨울 한파도 녹일 듯하다. 서울대교구가 주관하는 행사를 비롯해 단체, 개인들이 마련한 추모전, 음악회가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2월 20일 열린 가톨릭합창단의 추모음악회는 특히 추모 열기를 한층 더 달궜다. 티켓링크에서는 클래식 분야 판매순위 1위를 차지할 만큼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모았다. 이 무대에서는 합창단 지휘자 백남용 신부(가톨릭대 교회음악대학원장)가 작곡한 ‘추기경 환상곡(Cadinal Fantasy)’이 올려졌다.
“많은 사제들이 추기경께 사랑을 받았습니다. 저도 그중 한 사람입니다. 이 곡을 통해서 제가 드릴 수 있는 선물을 추기경께 바칠 수 있어 기쁩니다.”
공연 이틀 전에 만난 백 신부는 김 추기경에게 감사했던 기억들을 떠올렸다. 오로지 독일에서 유학 중이었던 그를 만나기 위해 베를린까지 찾아왔던 추기경의 모습과 은퇴하면서도 엽서를 보내 격려를 아끼지 않았던 기억 등 아직도 백 신부 가슴에는 생생하게 남아 있었다.
경희대 작곡과를 졸업하고 35년 만에 오케스트라 편성 곡을 작곡하겠다고 결심했던 것도 추기경에 대한 고마움에서 비롯됐다. 약 10분간 이어지는 연주는 악보만도 26장이었다. 곡에는 추기경의 삶이 그대로 녹아 있었다.
“1991년 가톨릭 합창단 지휘를 맡으면서 추기경 축일 때마다 이문근 신부님이 작곡하셨던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 서임 축가’를 불러 드렸어요. 이 곡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추기경 환상곡이 탄생하게 됐습니다.”
4가지의 주제로 나눠지는 곡은 처음에 추기경 서임으로 시작된다. 한국교회 최초 추기경 서임을 알리는 듯 한 팡파르가 듣는 이들의 귀와 마음을 설레게 한다. 게다가 한국적인 요소까지 가미돼 듣는 기쁨은 배가 된다. 군사독재라는 암울한 시대에 한줄기 빛이 되었던 추기경의 모습을 그린 두 번째 주제곡과 교황의 한국방문과 순교 성인의 시성식 등으로 이어지는 세 번째 주제곡은 청중들이 한순간도 방심할 수 없게 한다. 또한 곡의 클라이맥스인 네 번째 주제에서는 많은 이들의 존경과 사랑을 받으며 하늘나라로 올라간 추기경의 모습을 담아냈다. 특별히 이 부분에서는 합창단이 축가를 불러 웅장함을 더한다.
욕심은 많았는데 음악으로 표현해 놓고 보니 부끄러운 점이 많았다는 백 신부는 “추기경 환상곡이 그분의 이름에 누를 끼치지 않을까 걱정된다”면서 “공연장에 오시는 분들이 이 곡을 듣고 떠올리고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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