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에는 지리산이 버티고, 앞으로는 경호강이 흐르는 산골, 산청 성심원(원장 이건주 수사)에 현의 마술사 ‘마르코 소시아스(Marco Socias)’가 기타를 메고 조용히 도착했다.
설날 연휴를 하루 앞둔 2월 12일, 벽안의 낯선 이방인의 방문에 어르신들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연주는 공연을 위한 넓은 장소도 아닌, 작은 공간의 집중치료실(ICU)에서 이뤄졌다.
마르코 소시아스는 시각장애 작곡가 호아킨 호드리고가 격찬한 연주가이자 각종 국제 콩쿠르에서 입상한 후 21세때 스페인 최연소 교수가 된 ‘스페인이 낳은 영혼을 울리는 기타리스트’다.
그가 연주하는 동안, 스페인에서 온 유의배 신부(성임원본당 주임)가 통역을 맡았다. 30년 넘게 고향을 떠나 성심원에서 어르신들과 생활해온 유 신부에게 이날은 향수를 달래주는, 누구보다도 감회가 새로운 자리였다.
연주가 계속되자 대부분 시간을 침상에서 보내시는 어르신들도 낯선 이방인의 기타 선율에 귀 기울이기 시작했다. ‘로망스’의 아름다운 선율이 흘러나오자 어르신들은 기뻐했고, 마르코 소시아스가 어르신들을 위해 준비한 ‘아리랑’에서는 어깨를 들썩이며 연주 안에서 하나가 됐다.
연주가 끝나자 그가 세계적 기타리스트라는 사실을 몰랐던 어르신들과 사회복지사들은 대신 그에게 ‘사랑의 나눔꾼’이라는 칭호를 붙여줬다.
최 엠마(83) 할머니는 “음악을 들으니까 기분이 좋다”며 “과거 어렸을 때로 여행을 간 것 같다”고 전했다.
세계적인 기타리스트 마르코 소시아스는 ‘기타’와 ‘정’만을 들고 이곳에 왔다. 기타 선율에 실린 ‘국적이 다른 노래’가 어느새 어르신들의 영혼과 마음을 울렸다.
※성심원 블로그 blog.daum.net/sung sim1
문화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