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이 보이지 않아 상상도 할 수 없는 많은 힘겨운 시간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보니 하느님께서는 신앙이 없던 제게도 한 없이 크신 사랑으로 이끌어 주셨죠. 앞으로도 올바른 길을 제시해 주실 거라 믿습니다.”
시각장애인 최초 사법시험 합격자로 1년 기다림 끝에 올 3월 사법연수원에 입소하는 최영(다니엘·30·서울 삼성산 본당) 씨는 “그동안 도움 받은 분들께 보답하는 마음으로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하는 법조인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고3 때인 1998년 ‘망막색소 변성증’ 진단을 받고 7년 만에 실명한 최씨(시각 장애1급)는 지난 2008년 제50회 사법시험에 최종 합격했다. 당시 최 씨는 사물의 희미한 형태만 분별할 수 있을 뿐 보조자의 도움 없이는 일상적인 활동도 힘든 상태였다.
그는 “시각 장애는 아마 평생을 두고 부딪혀야할 문제겠지만 하느님께 내맡기면 어떠한 역경도 잘 극복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최 씨는 시간의 잣대로만 보자면 지난해 성탄절에 세례를 받은 신앙의 초보자. 하지만 시각장애인으로 살며 부딪힌 어려움은 그를 신앙의 성숙함으로 이끌었다.
“처음 눈이 보이지 않았을 때 잘 알지 못하는 신께 원망을 많이 했었어요. 그럼에도 하느님께서는 저를 도와줄 분들을 미리 선물로 준비해 두셨더군요. 친구들과 대부님, 그리고 신부님 등 주변의 격려와 응원으로 지금의 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하느님의 섭리를 더 잘 이해 할 수 있게 됐어요.”
최 씨는 오는 3월 2일 사법연수원에 정식으로 입소해 사회인으로서 첫발을 내딛는다. 연수원도 노란색 점자 블록을 깔고, 출입구와 엘레베이터, 화장실 등에 음성안내 인식기를 설치하는 등 최 씨를 위한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복음말씀 중 네 이웃을 내 몸같이 사랑해라는 구절이 가장 감동스러웠다는 최 씨는 “다시 새롭게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공부도 신앙생활도 모두 최선을 다하겠다”며 “나 자신만 살피지 않고 주변의 소외받는 이웃도 돌아볼 수 있는 신앙인이 되겠다”고 말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