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정신과 병원에서 소임을 맡아 일할 때, 알코올 환우분들과 ‘꿈 나누기’를 한 일이 있습니다. ‘꿈’과 ‘실패감’을 나누는 시간이었는데, 유난히 분위기를 힘들게 하던 한 환우분이 있었습니다.
그분은 그날 따라 교육 도중에 화난 듯 큰 소리로 자신은 한 번도 실패를 경험해 본 적이 없다며 소리를 지르는 것이었습니다. 움찔! 분위기가 주눅이 들 뻔 했지만, 그분에게 다시, “우리를 위해 좀 더 해 주실 말씀이 없으신지요”하고 묻자 그분은 사실은 자신은 꿈을 가져본 일이 없기 때문에, 실패가 뭔지도 모른다고 말했습니다.
그 일이 있은 후 그분과 영적 면담을 했습니다. 그분은 꿈을 가지게 되면, 성공하지 못한 현재 자신의 삶이 실패고 좌절이고 절망이기에, 꿈이란 현재의 실패와 좌절을 확인해 주는 것이라 말했습니다. 그렇기에 그분에게 꿈은 성공과 출세와 부를 갖지 못한 자신은 결코 가져서는 안 될 그런 것이었습니다. 아니, 아예 꿈 자체를 두려워하고 있었습니다. 문득 이분의 삶을 보면서, ‘좋은 꿈’은 곧 ‘돈 잘 버는 성공’이라는 공식에 익숙해진 우리 삶의 또 다른 면을 보는 듯 했습니다.
우리는 어릴 때 어른들로부터 ‘꿈이 뭐니?’라는 물음을 자주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물음에 답했던 이들이 다시 어른이 되어, 또다시 자녀들에게 꿈이 뭐냐고 묻습니다. 이때 어린이의 대답이 성공적인 생활과 관계되는 ‘돈 많이 버는 직업’을 ‘꿈’으로 이야기하면 그 ‘꿈’은 아주 좋은 꿈이라 칭찬을 받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신념과 이상’이 좋아도 돈 잘 못버는 꿈을 이야기하면 어른들은 굳어버린 표정을 짓습니다. 그 표정! 거기에 어린 영혼들은 마음이 짓눌려 무의식중에, ‘내가 뭔가 잘못 말했구나!’라는 위축감을 받습니다. 꿈 자체에는 그 어떤 윤리적 기준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좋은 꿈’은 ‘돈 잘 벌어, 잘 사는 것’이라는 어른들의 이상한 정답을 가지고 어린 영혼의 꿈을 잣대로 잽니다. 그래서 참 좋은 꿈들을 싹둑, 싹둑 자릅니다.
꿈이 성공, 출세, 돈의 잣대로만 평가되는 세상에서는 꿈 자체가 아픔이고 실패고 좌절이며 절망일 수 있습니다. 정말 꿈이 그게 아닌데! 성공과 관계없이, 출세와 관계없이 꿈을 가지고 있어 행복한 세상, 꿈과 꿈이 나누어지면서, 모두가 더불어 함께 소중한 꿈을 함께 꿀 수 있는 그런 세상을 ‘꿈꾸고’ 싶습니다.
이것도 ‘꿈’같은 이야기일는지요! 성공한 사람만을 가려내려는 이 세상에서, 내가 나를 소중하게 여길 수 있는 변치 않을 소중한 ‘꿈’을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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