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바이러스의 강마에와 노다메칸타빌레의 치아키는 강한 카리스마로 오케스트라를 압도했다. 드라마의 영향인지 으레 지휘자들은 예민하고 약간의 신경질적인 모습으로 기억된다. 하지만 2월 25일 경기도 고양아람누리 아람음악당에서 만난 지휘자 김덕기(프란치스코·57·서울 이태원본당) 서울대 교수는 달랐다. 따뜻한 눈빛과 부드러운 목소리는 TV 속 지휘자들과는 전혀 반대의 모습이었다.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무대를 압도하는 듯했다.
김 교수는 연간 30~40회 무대에 오를 만큼 인기 지휘자다. 일 년 중 6개월 이상을 무대에서 대중들과 함께 보낸다는 의미다. 공연 횟수도 그렇지만 탁월한 음악해석력으로 관객들에게 감동을 선사하기에 그를 찾는 공연이 많다. 대지휘자에게 붙는 ‘마에스트로’라는 호칭이 괜히 붙는 것은 아니었다.
“‘아~’소리만 내더라도 청중들이 추상적 단어를 상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은 연주라고 생각합니다.”
20여 년 간 지휘봉을 잡아온 그가 피부로 느끼며 체득한 음악철학이었다. 그는 아버지인 고 김희조 작곡가 겸 지휘자의 영향으로 어렸을 때부터 다양한 음악을 들으면서 자랐다. 특히 오페라는 그가 좋아하는 음악 장르 중 하나였다.
“지휘를 해서 좋은 점이라고 하면 좋아하는 음악을 두루 할 수 있다는 거예요. 악기를 다루지 않고도 오페라, 발레, 교향곡 등 상당히 여러 가지 음악을 즐길 수 있다는 거죠.”
다양한 음악을 즐긴다는 그는 지난달 18일 특별한 무대에 올랐다. 예술의 전당에서 김수환 추기경 추모음악회가 그것이다. 이 무대에서 연주된 곡들도 그의 음악철학을 바탕으로 해석됐을 터였다. 그중에서도 메인 곡인 포레의 ‘레퀴엠’은 기쁨에 차서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작곡한 곡이었다. 죽음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보다는 천국으로 들어가는 행복을 표현했다. 그가 지휘한 포레의 레퀴엠은 어딘지 김수환 추기경과도 닮은 느낌이었다.
“추모음악회지만 심각하거나 어두우면 안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이때문에 김 추기경 인상과도 어울리는 이 곡을 연주하게 됐습니다.”
3년 전 세례를 받은 그는 이번 무대가 종교적인 공연으로는 세 번째 무대였다. 아버지 김희조 선생이 동성고 졸업생이었던 인연으로 3년 전 동성중·고 100주년 기념 음악회에서 지휘를 맡게 됐다. 이 음악회를 계기로 그는 가톨릭에 입문하게 됐다.
그 후 수원 구성성당에서도 연주한 바 있는 그는 “이번 추모음악회는 종교인으로서 제대로 데뷔한 무대”라고 설명하고 “종교를 떠나서 이 시대의 어르신이었던 김 추기경을 추모하는 음악회에 참석하고, 레퀴엠을 연주할 수 있었던 것이 새삼스럽게만 느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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