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마다 열리는 사형반대 세계총회(World Congress Against Death Penalty)가 2월 24~26일 스위스 제네바 국제회의 센터에서 열렸다. 올해로 4회째 맞는 이 대회는 자파트라 스페인 총리의 개회사로 시작했으며 전 세계 100여 개 국가 2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이번 총회는 전 세계적으로 사형제도를 폐지한 국가의 비율이 70%로 증가함으로써 전면적 사형제 폐지를 향한 여정이 눈에 띄는 진보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열려 전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특히 세계 많은 나라와 사회단체들이 사형제에 관심을 갖고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에 감회가 새로웠고, 한국의 사형폐지운동 방향에 대해 많은 정보와 힘을 얻을 수 있었다. 이런 총회의 분위기 가운데 2월 25일 한국에 있었던 사형제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총회에 참석한 사람들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가 됐다. 아마 사형제에 대한 위헌 결정이 내려졌다면 총회의 분위기는 완전히 한국으로 인해 고조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5:4로 합헌 결정이 내려져 한국 참여자들뿐 아니라 총회에 참석한 모든 사람들을 큰 충격으로 몰아갔다. 총회에 참석한 많은 사람들은 한국이 12년이 넘게 사형을 집행하지 않은 사실상 사형폐지국가일 뿐 아니라 아시아에서도 사형폐지에 주도적인 역할을 할 나라로 큰 기대를 갖고 있었는데 이번 헌재의 결정으로 인해 큰 충격과 실망감을 표시하고 우리를 찾아와 위로해 주기도 했다. 또한 이번 헌재의 결정을 한국 인권의 후퇴로 보는 사람도 많았고 모든 발표에서 발표자들은 이런 한국의 상황에 대해 우려와 실망감을 표현하였다.
발표자 가운데 한 분인 이탈리아의 외무부 장관은 아마 2015년이면 전 세계가 사형을 폐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유엔 측의 발표자가 2015년은 힘들고 2025년이면 가능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는 사형제 폐지가 한 나라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흐름이라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것이기도 했다. 이번 총회에 참석하면서 사형제 폐지가 전 세계적인 흐름이라는 것을 몸으로 체험했다. 또한 사형이 폐지된 나라들이 자국의 상황에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의 인권과 생명에 관심을 갖고 깊은 연대를 맺으며 활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역시 우리나라의 사형폐지뿐 아니라 아시아의 사형폐지에 대해서, 그리고 더 나아가 전 세계의 사형폐지와 생명존중에 대한 관심을 기울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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