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6일 광주대교구 신동성당. 한 부부가 본당 주임 정경수 신부의 손을 꼭 잡고 흐느끼고 있었다. 이들 사이에선 아무런 대화도 오가지 않았다. 시린 눈물이 뺨을 타고 끊임없이 흘러내릴 뿐이었다.
강성오(바오로·52)·김영란(요안나·52) 씨 부부. 이들은 2월 18일 러시아 청년들에게 집단폭행 당해 숨진 강병길(예비신자·22) 씨의 부모들이었다.
‘선생님’을 꿈꾸며 광주교대에 재학 중이던 강 씨는 학교 측이 기획한 어학연수 프로그램에 참가하기 위해 지난 1월말 러시아 알타이 국립교육대학으로 떠났다. 그러던 중 2월 15일 저녁 이르쿠츠크의 한 식료품 가게에 들렀던 그를 러시아 청년들이 습격했다. 금품엔 손대지 않았다. 전형적인 인종범죄 사건이었다. 강 씨는 집단 폭행을 당한 뒤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치료를 받던 중 숨졌다.
단지 동양인이 싫다는 이유만으로 폭력을 행사한 러시아 청년들을 강 씨 부부는 이해할 수가 없다. 어머니 김영란 씨는 “아들이 그렇게 떠난 후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에 잠을 이룰 수 없다”고 했다. 아버지 강성오 씨는 “한국정부와 러시아정부는 물론 학교당국까지도 누구 하나 책임지려는 이가 없다”며 울분을 토했다.
강 씨는 늘 남을 배려했고, 천성적으로 심성이 착했다. 어학연수 후 군입대를 계획했던 그는 군대에서 세례를 받을 작정이었다. 제대 후에는 주일학교 교리교사도 하고 싶어 했다.
부부는 “하느님께 매달리며 마음을 가라앉히고 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아들을 잃은 허탈감과 그리움은 말로 표현할 길이 없다”며 “병길이가 하느님 품으로 갈 수 있도록 신자 분들의 기도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강 씨의 영결식은 2월 25일 그의 모교인 광주교대에서 슬픔 속에 치러졌다. 하늘도 슬픈 듯 그날은 온종일 비가 내렸다. 그의 시신은 광주 효령동 영락공원에 안장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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