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가 부모 속을 썩이는가. 하라는 공부는 하지 않고 나쁜 짓만 골라서 하는가. 부모 뜻을 좀 알아줬으면 좋겠는데, 귀가 막혀 전혀 들으려 하지 않는가.
만약 자녀 때문에 맘 고생 심한 부모가 있다면 함께 모니카 성녀(Sta. Monica. 축일 8.27)를 바라보자.
요안나 샹탈이라는 과부가 있었다고 한다. 그녀는 품행이 방정치 않은 아들 때문에 걱정이었다. 그래서 아들의 영혼을 위해 간절히 기도했다. 그때 음성이 들려왔다. “성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 제8편을 읽어라!” 책을 읽어보니 모니카 성녀의 이야기가 있었다. 방탕한 생활을 하던 아들 아우구스티누스를 위해 모니카 성녀는 수년 동안 끊임없이 기도했고, 결국 아들의 회개를 이끌어 냈다는 기록이었다. 아들 아우구스티누스는 이후 열심히 수덕에 힘써 대성인이 된다. 요안나는 이에 탄복하고 노력을 하며 성녀 모니카를 본받았다고 한다. 물론 요안나의 아들 또한 회개를 하고 올바른 길을 걸었음은 물론이다.
이런 모니카 성녀를 교회는 경건한 자모의 거울이라고 부른다. 성녀 모니카는 332년 아프리카 북쪽 타카스테에서 태어났다. 그녀의 양친은 신심이 두터운 명문 출신이었으나 집안은 매우 가난했다. 어린 모니카는 선량한 성격을 지닌 착하고 온순한 아이였다. 특히 기도를 위해 성당에 가는 것을 무엇보다 좋아했다. 또한 가난한 사람들을 동정하는 마음이 남달랐고, 특히 병중에 있는 빈민에게는 따뜻한 동정의 손을 펴 가끔 자신이 먹을 것까지 아낌없이 나누어 주는 때도 있었다. 또한 그녀는 용감스런 순교 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했다.
누가 보아도 동정으로 일평생을 하느님께 바치는 것이야말로 모니카에게 적합한 성소였다. 그러나 부모는 그녀를 결혼시키려고 결정했고, 그녀는 온순히 부모의 뜻에 따랐다. 상대자는 가톨릭신자가 아닌 이교인이었다. 이름은 파트리치오다.
남편은 가난한데다 나이도 많았고, 난폭하고 걷잡을 수 없는 성격의 한량이었다. 처음에는 젊은 아내를 사랑했던 것 같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마음이 변해 냉정한 태도를 취했다. 사랑 없는 결혼생활, 그것만으로도 모니카에게는 큰 고통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고통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시어머니도 매우 까다로운 성격으로 매사에 모니카를 괴롭혔다. 아직 나이어린 모니카로서는 이 모든 것이 참기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모니카는 자신의 신앙과 기도의 힘으로 남편과 어머니를 회개시키고, 신앙의 길로 이끌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는 고통을 순순히 받아들였다. 그리고 언제나 온순하고 친절하게 상대방을 대했다. 절대로 다른 사람의 흉을 보거나, 헐뜯어 말하는 일이 없었다. 아무리 자신이 괴로워도 얼굴에 짜증내는 기색이 없었다. 이러한 아름다운 삶의 모습은 주위 사람들을 변화시키기 마련이다. 가장 먼저 시어머니가 변화됐다. 시어머니는 그녀의 한결같고 순결한 태도에 감복해 가톨릭신앙을 받아들였다. 남편 파트라치오도 모니카의 고결한 삶에 감명을 받았고, 차츰 신앙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더니 결국 세례를 받고 신심 깊은 신자가 됐다. 당연히 난폭한 성격도 고쳤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삶의 태도도 변화됐다.
이후 모니카는 행복한 결혼생활을 이어나갔다. 이제 모니카는 세 자녀를 낳았다. 둘째 아들 나비지오와 셋째 딸 페르페투아는 어머니를 쏙 빼닮았다. 늘 성실하고 착한 아이였다. 하지만 장남 아누구스티누스는 달랐다. 장남은 불효자였다. 그는 나쁜 행실로 오랫동안 어머니 모니카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장남의 악으로 기울어지기 쉬운 성질은 어린 시절부터 나타났는데, 학창시절부터 이미 향락에 빠져 살았다. 공부는 잘했지만, 윤리적으로는 타락한 삶을 살았다. 게다가 가톨릭신앙이 아닌 이단 마니교에 심취했다.
어머니 모니카의 슬픔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아들이 공부를 잘한다는 점은 그녀에게 아무런 위로도 주지 못했다. 그녀는 이대로 나간다면 아들의 앞길에는 멸망과 절망만이 있을 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던 중 남편 파트라치오가 죽었다. 모니카는 가사를 비롯해 집안의 모든 일을 혼자 힘으로 해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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