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역시 전쟁 이후 세계교회의 다양한 원조를 발판으로 성장할 수 있었고 이제는 받는 교회가 아닌 나누는 교회로의 전환을 요청받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한국이 베트남 전쟁에 참가해 피해를 입힌 도의적 책임 역시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마산교구 성산종합사회복지관(관장 이성렬 신부)은 2008년부터 베트남 중부지역 에안에 중증장애와 고엽제 아동을 위한 장애인시설 건립을 추진했으며 이미 완공단계에 있다. 본지는 장애인시설을 방문한 성산종합사회복지관과의 동행취재를 통해 베트남 복지의 실태를 알아보고 성산종합사회복지관의 시설 건립 취지와 과정 등을 살펴본다.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군에게 가장 큰 걸림돌은 정글이었다. 네이팜과 기화폭탄, 화염 방사기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했지만 그 어떤 폭탄이 떨어진 자리라도 폭우가 한 번 내리면 3일 안에 복구가 될 정도로 정글의 생명력은 강했다.
그래서 군이 선택한 것이 고엽제다. 나무를 고사시키기 위한 일종의 제초제인 고엽제 중 미군이 베트남전 당시 사용한 것은 에이전트 오렌지. 여기에는 다이옥신이 들어있으며 다이옥신의 치사량은 0.15g, 청산가리의 1만 배에 이르는 독성을 가지고 있다. 다이옥신은 체내에 축적돼 수십 년이 지난 후에도 각종 암과 신경계 손상을 일으키며, 기형을 유발하고, 독성이 유전돼 2세에게도 피해를 끼친다.
현재 베트남은 전쟁이 끝난 지 35년이 흘렀음에도 수많은 이들이 고엽제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으며 기형아 출산 등 심각한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 하지만 베트남 정부는 경제 발전에 집중한 나머지 복지 문제에 대해 큰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가난한 대부분의 가정은 장애아를 출산할 경우 보살필 형편이 안 되고 아이를 맡길 복지시설도 많지 않아 제대로 된 치료는커녕 최소한의 끼니를 때우기에 급급하다.
빈교구의 사회사목 담당 안토니오 풍 신부는 “빈민층의 경우에는 자녀가 아프거나 장애가 있더라도 경제적 상황이 어려운 탓에 병원에는 갈 수 없다”면서 “다행히 교구에서 운영하는 복지시설에 들어올 경우에는 그나마 낫지만 시설의 규모나 숫자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밝힌다.
또 풍 신부는 “시설이 건립된다 해도 운영을 위한 자금이 부족한 탓에 아이들에게 혜택이 제대로 돌아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세계교회의 관심과 사랑으로 의료봉사 등의 지원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마산교구 성산종합사회복지관의 장애인 생활시설 건립은 열악한 베트남의 복지 현실에 큰 기쁨이 되고 있다. 성산종합사회복지관은 약 1200㎡의 부지에 2층 규모의 시설을 건립하고 있으며 90% 가까운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50여 명의 중증장애 아동이 생활할 수 있는 시설은 병실과 진료실, 재활교육실, 사무실 등 각종 편의시설을 모두 갖췄다.
2008년부터 2억여 원의 지원을 통해 장애인 시설을 건립한 성산종합사회복지관은 그동안 한국에서의 모금과 바자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베트남의 복지 현실을 알리고 관심을 촉구해 왔다. 하지만 빈교구는 완공을 앞둔 시설의 운영과 각종 비품 마련을 위해 추가적인 도움을 요청한 상태다.
빈교구장 가오 딘 투이엔 주교는 “정부에서는 장애시설에 대한 지원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면서 “오히려 정부가 복지시설의 확산을 억제하고 있다가 1990년대에 와서야 장애인시설 건립을 허락하는 등 어려움이 많다”고 밝히며 베트남교회 자체적으로 복지사업을 운영하는데 한계가 있음을 설명했다.
“수많은 어린 아이들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기형으로 태어나고 힘들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지금의 베트남교회는 이들을 위해 힘써 줄 역량이 너무나도 부족하기에 안타까울 뿐입니다. 한국교회 신자들의 관심과 도움으로 이들이 건강을 찾고 신앙을 얻을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 전쟁이 끝난 지 35년이 흘렀음에도 기형아 출산 등 고엽제로 인한 많은 문제들이 계속되고 있다.
▲ 고엽제에 포함된 다이옥신은 체내에 축적돼 수십 년이 지난 후에도 각종 암과 신경계 손상, 기형을 유발하며, 독성이 유전돼 2세에게도 피해를 끼친다.
■ 인터뷰 / 마산교구 성산종합사회복지관장 이성렬 신부
“지속적인 사랑·나눔이 필요”
▲ 이성렬 신부
성산종합사회복지관 관장 이성렬 신부가 장애인 생활시설 건립에 나선 것은 교구 이주사목위원장을 겸하던 2008년 1월 처음 베트남을 방문하고 나서였다.
“열악한 환경으로 고통 받는 이들에게 무엇이라도 도움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장애인 시설 건립을 추진하게 됐습니다.”
이 신부는 “성산종합사회복지관 역시 변변한 사회교육시설 하나 없던 1985년 오스트리아 그랏즈교구의 도움으로 건립된 곳”이라며 “이제는 우리도 받은 것을 어려운 이웃들에게 돌려줘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복지관은 이후 모금과 바자 등의 활동을 통해 성금을 모았고 베트남에 장애인 시설을 건립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성렬 신부는 한 번의 도움으로 빚을 갚았다는 생각보다는 지속적인 관심과 도움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베트남교회는 정부의 강압으로 선교도 할 수 없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러나 이들에게 계속해서 사랑과 나눔의 힘을 보여줄 수 있다면 선교의 역할도 기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고엽제에 시달리는 베트남 아동에 사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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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주 : 창원 성산종합사회복지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