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인터넷 기능을 잘 모를 때 일입니다. 중요한 메일을 보내야 할 일이 있어서, 밤을 새운 후 문서를 작성한 후에 상대방에게 약속된 날짜와 시간에 정확히 메일을 보낸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보낸 메일이 반송이 되는 것입니다. 화들짝 놀란 나는 보내고, 또 보내고 했는데도 여전히 메일이 돌아오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컴퓨터 문제가 있는 줄 알고, 수도원 컴퓨터 전문가 수사님을 찾아서 컴퓨터를 좀 봐 달라고 간청을 했습니다. 그러자 그 수사님은 컴퓨터를 이것저것 해 보더니 컴퓨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나에게 상대방 메일함이 너무 꽉 차있으면 보낸 메일들이 반송이 될 수도 있다고 말해 주었습니다. 이렇게 쉬운 해결 방법이 있나!
나는 허탈한 마음에 상대방에게 전화를 걸어, 내가 컴퓨터를 좀 잘 아는 사람인 것처럼, 그분에게 메일함 확인을 좀 하시라고, 메일함이 꽉 차있어서 메일이 들어가지 않는다고 권위 있게 말했습니다. 그러자 그분 역시 깜짝 놀라면서, 알았다는 듯, 그리고 난 후 1시간 후에 다시 그분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이제 메일함 다 비웠다고.
그런 후에 이내 곧 상대방에게 메일을 보내봤더니, 바로 수신 완료 메일이 화면에 짠 하고 나타나는 것입니다. 아무리 중요하고, 소중하고, 필요한 메일이라 하더라도, 상대방 메일함이 꽉 차 있으면 수신이 되지 않는 그 단순한 사실. 그냥 웃었습니다.
우리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마음이 괴로운 사람은 사실은 그 어떤 말도 머리에 입력이 되지 않는 사람입니다. 이는 메일함이 가득 차서, 그 어떤 소중한 메일을 보내도 반송되어 돌아오는 그런 이치와 같습니다. 메일함을 비워야 수신이 되듯, 마음이 괴로운 사람 역시 위로의 말들로 그 사람 머리에 입력시키려 하기보다는 그 사람 마음의 괴로움을 조금씩 비워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므로 마음의 괴로움을 비워주기 위해 좋은 방법들은 ‘진심어린 공감’과 ‘그냥 함께 곁에 있어주는 여유’와 ‘따스한 사랑의 눈길’만으로도 족할 것입니다. 그러면 그 사람 스스로 자신을 돌아보고, 마음의 괴로움들을 스팸 메일이나 과거에 다 확인이 끝난 메일을 휴지통 비우기 함에 버리듯, 그렇게 마음의 괴로움들을 비울 수 있을 것입니다. 주변에 마음 괴로운 사람이 있어 어떻게 할 줄 몰라 발을 동동 구르는 분들! 아무리 좋은 이야기라도 머릿 속에 들어가지 않을 것입니다. 그냥 그 사람 스스로 메일함 비우듯 자신을 비울 수 있도록 편안하게 곁에 있어주는 것도 참 좋은 방법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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