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하면 셀카를 눌러대는 세상이다. 그러나 아프리카 잠비아 어린이들에게는 그 흔한 사진 하나 없다. 카메라를 보는 것조차 처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아이들의 ‘사진 작품’ 전시회가 한국교회의 도움으로 서울에서 열렸다. 잠비아 어린이들이 찍은 사진은 현재 화이트홀(2월 19일~4월 5일)에서 전시되고 있으며, 서울 명동 평화화랑(4월 7~13일)에서도 전시를 시작할 예정이다.
■ 카메라를 만나다
사진은 ‘연상’이다. 기억과 추억을 불러일으키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한다. 유년시절 행복했던 느낌과 당시 세계관을 엿보게 한다.
가난의 아픔으로 상처받은 잠비아 아이들. 차풍 신부(의정부교구 5·6지구 청소년사목 전담)와 김영중 사진작가는 어느날 해외선교사로 잠비아에서 사목 중인 김형근·양현우 신부의 이야기를 듣게 됐다.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싶었던 그들은 ‘일회용 카메라’를 생각해냈다. ‘카메라를 모아 주고, 아이들의 사진을 현상해주자’는 간단한 취지에서다. 하지만 곧 ‘현지 아이들이 2000여 명이나 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난관에 봉착했다.
곧바로 모금활동에 들어갔다. 교구 등 여러 홈페이지에 후원을 부탁하는 게시물을 올리고, 본당 두 군데에서 모금활동도 벌였다. 카메라를 구입하자, 이제는 ‘배송 문제’가 발생했다.
카메라 2000대의 어마어마한 부피 때문에 4번에 걸쳐 물건을 부쳐야 했던 것이다. 배송비만 카메라 가격만큼 들어갔다. 그렇게 지난 10월 20일, 그들이 ‘꿈꾸는 카메라’가 잠비아에 도착했다.
■ 2000개의 어린 시선
우선 학교들을 방문해 교사들에게 카메라 사용법을 가르쳤다. 교사들은 다시 교실로 돌아가 아이들에게 가르쳤고, 아이들은 사용법을 습득했다. 이 같은 방법으로 2000개의 카메라가 모두 주어졌다.
2000개의 ‘어린 시선’은 아프리카 대륙 안에서 숨 가쁘게 움직였다. 고된 일과 끝에 강아지와 단잠을 청하는 아버지를, 일만 하는 엄마를, 순박한 여동생을, 친구를 담았다. 가장 소중한 사람들이다.
숲에서 뛰어나와 셔터를 눌러대는 아이들도, 필름을 아껴 한 컷씩 찍는 아이들도 있었다. 제일 좋은 옷을 꺼내 입고 머릿속에 있는 그림대로 사진을 찍는 아이도 있었다. 차 신부와 김 작가를 찍어주기도 했다. 감동이었다. 일주일이 지난 뒤 아이들은 정직하게 카메라를 반납했다.
차 신부는 “우리가 갔던 메헤바 지역은 내전을 피해 온 난민들이 모여 사는 지역이었다”며 “흙집에 가족사진 한 장 없던 아이들에게 카메라가 꿈과 희망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차 신부와 김 작가는 현상한 사진들을 잠비아의 어린 사진작가들에게 보낼 계획이다. 그들은 한국의 많은 신자들이 잠비아 어린이들의 ‘꿈’을 보았으면 한다고 했다. 꿈꾸는 카메라는 모두의 마음속에 있다.
※문의 010-9979-9734 차풍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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