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틀 무렵, 소나무 숲 사이로 햇빛이 갈라져 들어온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은 숲의 적막함과 함께 아침의 고요함이 전해진다. 풍경사진작가 전학출(바오로·65·의정부 호평동본당) 씨의 ‘소나무’(2002년)는 사진이지만 보는 이로 하여금 마치 현장에서 아침을 맞이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30여 년 간 풍경사진만 찍어온 전 씨가 3월 31일~4월 6일 서울 명동 평화화랑에서 특별한 전시를 연다. 이번 전시의 주테마는 ‘아침’이다.
산과 나무에 쌓인 눈처럼 아침을 가진 강원도 양양의 풍경부터 짙은 안개 속에서 홀로 서있는 아름드리나무가 보여주는 쓸쓸한 경기도 양평의 아침까지 20여 가지 풍경 속 아침을 전시장에서 만날 수 있다.
작가는 아침의 찰나를 사진기 셔터를 통해 담아낸 순간을 전시 제목인 ‘마음이 머무르는 순간’이라고 불렀다. 흑백작품은 풍경과 여백이 어우러져 한 폭의 수묵화를 그려놓은 것 같다.
전 씨는 “이번 전시를 통해 조용한 아침의 아름다움을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 보여주고 싶었다”며 “자연사진가로서 자연을 사랑하고 믿음으로써 자연이 주는 순간 예술을 작가의 시각과 감성을 단지 흰 여백을 메웠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품 외에도 특별한 의미가 있다. 전시 수익금은 전액 의정부교구 호평동본당 성전건립 기금으로 봉헌된다. 2300여 명의 신자들이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호평동본당은 좌석수가 70개밖에 되지 않는 조립식 건물에서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현재 천마산 자락과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성전을 짓기 위해 본당주임 김학수 신부를 비롯해 신자들이 2차 헌금과 바자 등을 통해 건립기금을 모으고 있으나 아직 턱 없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본당 신자인 전 씨는 성전건립에 도움이 되고자 이번 전시를 마련하게 됐다.
전 씨는 “저의 사진전이 성당 건축기금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며 “우리 집이 될 성당인데 신부님이 너무 노력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신자 입장에서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김 신부는 “30여 년 간 프로로 활동하는 형제가 하느님께 봉헌하는 전시”라며 “아름다운 성전 짓기에 자신의 달란트를 내놓은 전시를 통해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시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문의 02-727-2336, www.photo freelanc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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