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진(스테파노·42)씨는 5년 전 잘나가던 사진기자를 그만뒀다. 그의 시선은 뉴스 밸류가 아닌 ‘사람’에게 향했다. 북녘 땅 동족들의 모습을 한국에 소개했는가하면, 외국인노동자와 고령의 노인들을 위해서 무상으로 초상사진을 찍었다. 사진을 통해 소통을 하고 싶었던 그의 캄보디아행은 그리 놀라운 소식이 아니었다.
“캄보디아하면 앙코르와트, 킬링필드가 떠오르잖아요. 유명 관광지답게 한국 관광객들이 엄청 많더라고요. 하지만 거기뿐이었어요. 다른 곳에서는 그분들을 볼 수 없더군요.”
그는 유명관광지가 아니라 캄보디아 사람들의 진짜 삶이 펼쳐지는 현장 깊숙이 들어갔다. 피부색에 가려 아직 발견하지 못한 캄보디아의 가치를 보여주고 싶었다. 무료사진관 ‘달팽이 사진관’을 연 것도 이 때문이다. 캄보디아 곳곳을 다니며 동네주민들과 함께 생활하고 느끼고, 행복을 맛봤다.
“몸이 들어가지 않는 한 그들의 진짜 모습을 볼 수 없죠. 그들이 사는 현장에 들어가고 그 삶에 서로가 익숙해져가는 모습이 저는 기뻤어요.”
4월 2일부터 서울 신문로 금호아트홀 3층 금호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사진전에서 그동안 렌즈에 담았던 가치와 행복을 관객들에게 보여준다. 캄보디아 후원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사회복지재단 기쁨과 나눔이 주최한 이번 전시에서 그는 언제나처럼 ‘세 가지의 벽’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 이데올로기와 가난, 피부색이라는 세 가지 벽 너머에 있는 사람과 가치를 사진으로 전하는 것이다.
그의 사진에는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긴다. 공책에 무언가를 적기위해 칠판을 뚫어져라 바라보는 듯한 띠쏘띤의 모습, 장대비를 맞으면서도 사진기를 향해 환히 웃는 아이들. 모두 사람이 중심이다. 그에게 캄보디아는 세계 최빈국 중 한 나라가 아닌 사람이 사는 곳이었다.
‘깊고 느리게’하는 소통을 강조한 그는 올 하반기 사진집 발간과 부산에서의 대형전시를 준비하고 있다. 역시 캄보디아 사진전이다.
“5년 동안 캄보디아로 휴가를 갔었고, 지난 1여 년 동안 현지에서 찍은 사진을 공개하는 자리예요. 사진으로 대안을 제시하고, 계몽하자는 게 아닙니다. 그저 경계 너머의 가치를 바라보는 또 다른 시선이라고 봐주시길 바랍니다.”
이번 전시는 2주간 마련되며 사회복지재단 기쁨나눔은 이와 함께 4월 7일과 9일 양일간 독일 밤베르크 오케스트라 악장을 맡고 있는 첼리스트 마크 코소워와 피아니스트 오지원의 초청공연을 연다.
※문의 02-718-38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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