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의사가 순국한 중국 다롄 뤼순 현지에서도 수원교구장 이용훈 주교를 비롯한 한·중·일 주교와 사제단, 재중동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순국 100주년 미사와 다채로운 추모행사가 열렸다.
■ 중국 다롄한인본당 주최 한·중·일 공동 행사
중국 다롄한인본당(주임 김동원 신부, 수원교구)은 3월 26일 안 의사가 순국한 중국 현지에서 수원교구장 이용훈 주교와 일본 사이타마교구장 타니 다이지 주교를 비롯한 한·중·일 사제단 공동 집전으로 ‘안중근 의사 순국 100주년 추모식과 동양평화 기원미사’를 봉헌했다.
타니 다이지 주교는 추모식 인사말을 통해 “저희는 중국과 한반도 그리고 여타 아시아 국가들의 여러분께 침략, 식민지 정책을 행한 것에 대해 마음으로부터 사죄를 드린다”며 “이곳 다롄에서 중국과 한국의 모든 분들과 함께 평화의 결의를 새롭게 하며 세 나라와 교회가 협력해서 나아가는 것이 무엇보다도 평화의 길을 개척해 나아가는 것임을 확신한다”고 전했다.
추모식에 이어 열린 미사 강론에서 이용훈 주교는 “안중근 의사의 동양평화에 대한 염원과 유지는 우리에게 절실한 과제”라며 “오늘 뜻깊은 미사를 봉헌하며 세상의 평화를 위해 한·중·일의 교회가 서로 마음을 모아 간절히 기도하며 구체적 실천에 앞장서야겠다”고 전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안중근 의사 흉상 축복식과 수원교구 직암선교후원회·중국 다롄한인본당·일본 오타시본당이 공동 주관한 순국 100주년 기념 ‘묵주기도 100만단 봉헌운동’ 봉헌식도 열렸다.
중국 다롄한인본당은 3월 25일부터 27일까지 한·중·일 신자들이 함께하는 다채로운 추모행사를 마련했다. 3월 25일에는 한·중·일 교우 친교의 시간 및 평화기원 음악회를 개최했으며 26일에는 뤼순감옥을 순례하고 항일열사기념관에서 추모식을 가졌다. 26일 오후에는 중국 동북3성 봉사자 피정과 다롄한인본당 제3회 가족캠프를 겸한 ‘안중근 의사 순국 100주년 피정’을 열고 안 의사의 삶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어 3월 27일에는 다롄 발해명주호텔에서 안중근의사기념사업회와 공동으로 ‘안중근 의사의 동양평화사상을 어떻게 계승할 것인가’ 주제 학술발표회도 열었다.
▲ 수원교구장 이용훈 주교가 3월 26일 중국 다롄한인성당에서 일본 나가사키대교구장 다카미 미츠아키 대주교, 일본 사이타마교구장 타니 다이지 주교와 사제단과 함께 안중근 의사 순국 100주년 추모 동양평화 기원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다롄한인본당 (사진제공))
(다롄한인본당 (사진제공))
■ 서울대교구
서울대교구는 3월 26일 오후 6시 서울 명동성당에서 교구장 정진석 추기경 주례로 추모미사를 봉헌했다. 미사에는 안 의사의 외손녀인 황은주(안 의사의 장녀 안현생(데레사)씨의 딸, 요안나·82)·은실(마리아막달레나·79) 씨 등 유족을 비롯해 전재희 보건복지부 장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 교회 안팎의 인사와 신자 1000여 명이 참례해 안 의사의 뜻을 기렸다. 또 이날 제대에는 안 의사의 영정이, 옆 기둥에는 안 의사의 유묵 ‘天堂之福永遠之樂(천당지복영원지락)’을 담은 현수막이 걸려 눈길을 끌었다.
정 추기경은 추모미사 강론에서 “안 의사는 교회 안에서도 신앙인으로서 마땅히 존경을 받아야 한다”며 “오늘 미사는 안중근 의사의 가톨릭신자 신분을 공식적으로 확인하는 의미를 지닌다”고 강조했다. 이어 “안 의사의 삶은 신앙을 빼놓고는 바르게 이해할 수 없기에, 오늘 우리는 안 의사를 추모하는 미사를 봉헌한다”며 “안 의사가 중요시했던 인권과 사회정의, 민권수호활동과 애국계몽운동도 그리스도적인 사랑과 정의에 바탕을 둔 것이었다”고 밝혔다.
안 의사의 외손녀 황은주 씨는 미사 봉헌 후 “늘 어머니께서 개인적으로 외할아버지의 추모미사를 봉헌하셨고 어머니 선종 이후로는 미사 봉헌에 나서는 사람이 없었는데 교회에서 공식적으로 추모미사를 마련해 주셔서 거듭 감사인사를 드린다”고 전했다.
▲ 3월 26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정진석 추기경이 안 의사의 외손녀 황은주 씨를 만나고 있다.
(문수영 (cpi88@catimes.kr))
(문수영 (cpi88@catimes.kr))
■ 대구대교구
대구대교구는 3월 26일 오전 10시, 안중근 의사 특별전이 열리고 있는 국립대구박물관 대강당에서 대구대교구장 직무대행 조환길 주교와 각 대리구장 신부 등 교구 사제단 공동 집전으로 추모미사를 봉헌했다. 이날 미사는 내년 교구 설정 100주년을 앞둔 대구대교구가 순국 100주년을 맞은 안중근 의사를 위해 마련한 첫 공식미사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조환길 주교는 미사 강론을 통해 “안중근 의사는 독립영웅만이 아니라 교육자, 계몽운동가, 평화주의자였지만, 이 모든 것을 아울러서 ‘참 신앙인’이었다”며, “안 의사의 일생은 하느님의 정의와 평화가 이 민족, 이 나라, 동양 삼국에 이뤄지기를 간절히 소망하면서 투신한 삶이었다”고 말했다. 조 주교는 이어 “안 의사 순국 100주년을 맞아 오늘날 우리는 어떤 생각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생각해 봐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특히 대구대교구와 안 의사의 각별한 인연이 국립대구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안중근 의사 순국 100주년 특별전 ‘국채보상운동, 동양평화로 피어나다’를 통해 밝혀져 화제다. 100여 년 전 대구대교구 설립 기반 마련에 힘썼던 서상돈(아우구스티노)에 의해 처음 시작된 국채보상운동을 평양에서 이어받은 인물이 바로 안중근 의사라는 것. 또한 안 의사가 만주 뤼순 감옥에 투옥됐을 때도 대구 계산본당 신자들이 성금을 전달한 일이 알려졌다.
▲ 추모미사 후 대구대교구장 직무대행 조환길 주교가 국립대구박물관 이내옥 관장의 안내로 안중근 의사 순국 100주년 특별전을 관람하고 있다.
■ 대전교구
대전교구도 26일 오전 10시30분 대전국립현충원 현충관에서 교구장 유흥식 주교 주례로 20여 명의 사제와 500여 명의 신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안 의사 순국 100주기 기념 미사를 봉헌했다.
유흥식 주교는 “오늘은 우리의 자랑스러운 안중근 토마스 의사께서 나라와 온 백성을 위하여 거룩하게 몸 바쳐 천국 아버지의 집에 도착한 날”이라며 “안 의사의 옥중 저서 ‘안응칠 역사와 동양평화론’을 감명 깊게 읽었고 제 자신과 한국 천주교회가 그동안 너무 무심하였음을 알면서 부끄럽고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고 전했다.
기념미사 마침예식에서는 안 의사 약력소개, 추모시 낭송, 전민동본당 성가대의 추모가 합창공연이 마련됐다.
■ 수원교구
수원교구는 26일 오전 10시 정자동주교좌성당에서 전임 교구장 최덕기 주교 주례로 안중근 의사 순국 100주년 기념 ‘나라의 평화와 정의를 보존하기 위한 미사’를 봉헌했다.
최덕기 주교는 “안중근 의사에게 애국지사로서, 그리고 훌륭한 천주교 신앙인으로서의 두 가지 삶은 동전의 양면처럼 나뉠 수 없는 하나였다”며 “안 의사와 같은 정신을 배우고 이어가려는 청소년들이 많아져 한반도와 아시아의 평화와 복음화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미사에 앞서 열린 안중근 순국 100주년 추모식은 교구 사회복음화국장 최석렬 신부의 ‘취지의 말씀’, 안중근 의사와 순국 선열들을 위한 묵념, 안 의사 약력 및 순국과정 보고(교구 복음화국장 문희종 신부) 순으로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