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시 단원구 고잔동. 배 한 척이 떠있다.
4월 11일 주님께 봉헌되는 수원교구 안산대리구 안산성마리아성당(주임 김길민 신부)이다.
바다의 별 성모마리아를 주보성인으로 하는 본당은 건축 하나에도 그 의미를 담았다.
성당 내 성물들도 마찬가지다. 제대 받침으로는 출렁이는 파도를 의미하는 둥그런 구 두 개를 붙여 신자들 간의 일치와 협력의 의미를 담았다. 독서대 또한 어둔 밤을 비추는 등대의 모습. 세상에 복음의 빛을 담아 전함을 상징한다.
‘안산성마리아’호가 항해를 시작하기까지는 본당 주임 김길민 신부를 비롯한 신자들의 땀방울이 있었다. 2001년 본당 설립 후, 본당은 가건물 성당 생활을 계속해왔다. 철골구조 가건물 성당은 더위와 추위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신자들의 불편도 이만저만이 아니었지만 곧 우리 성당이 생긴다는 희망이 신자들을 하나로 모았다.
2007년 4월 14일, 성당 건물을 짓기 위한 공사의 첫 삽을 떴다. 그러나 성당부지에 있던 가건물을 다른 곳으로 이동시켜야만 했다. 본당은 바로 옆 공터를 빌려 이사하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기둥을 옮겨야 할 때가 되자, 높은 크레인 비용이 마음에 걸렸다. 결국 본당 신자들이 손수 옮기기로 했다. 본당 신자 30여 명이 모여 각 기둥을 잘라내고 배를 젓는 노처럼 쇠파이프를 달아 손잡이를 만들었다. 항해를 하듯, 신자들의 희망도 넘실거렸다. 작업의 특성상 한쪽으로 기울면 이동할 수 없기 때문에 신자들 간의 호흡이 중요했다. 이날 고되지만 의미있던 작업은 신자들에게 마음과 마음을 모으면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줬다.
공사비용을 마련할 때도 전 신자가 한마음이 돼 움직였다. 십시일반으로 건축기금을 모았다. 김장철에는 직접 담근 김장 김치를 인근 지역에 판매했다. 성당에 함께 모여 배추를 절이고, 속을 채우고, 포장하고, 전화주문까지 전부 다 신자들의 손을 거쳤다. 배추를 알맞게 절이기 위해 추운 날 새벽에 나와 일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지인의 포도밭을 찾아 수확을 돕고 포장, 판매 일손을 돕기도 했다. 이 밖에도 명절, 김장철에 맞춰 만두, 젓갈, 가래떡, 한우 등을 팔았다. 손이 많이 가고 시간은 부족했지만 어떤 힘든 일도 함께라면 신명났다.
김 신부 역시 힘을 보탰다. 본당 4층 강당 및 만남의 방 등에 놓인 탁자를 신자들의 도움을 받아 손수 만들었다. 신자들 사이에서도 일류 목수라며 칭찬이 자자하다. 화려하고 깔끔한 것보다 투박함을 선택한 것은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이었다. 시트지나 플라스틱으로 만든 가구보단 실제 나무를 접할 수 있게 하자는 것.
2009년 12월 25일 드디어 신자들의 정성으로 지은 이 배(성당)에서 성탄대축일미사를 봉헌했다. 새 성당에서, 새로 태어나신 예수님을 만나는 기쁨. 신자들에게는 겹경사였다.
본당은 4월 11일 교구장 이용훈 주교 주례로 봉헌식을 갖는다. 새로운 땅에 복음의 씨앗을 뿌리기 위한 돛을 올린 것. 보금자리를 마련한 신자들은 성당을 짓기까지 그래왔듯 서로 바닷물처럼 어우러져 한데 살아가는 꿈을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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