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부활을 맞아 행복합니까?’
부활의 기쁨이 ‘참 기쁨’이 되기 위한 방법은 먼 곳에 있지 않다. 이웃과 부활의 기쁨을 나누면 되는 것이다. 예수의 부활을 함께 기뻐하기 위해 가깝고도 먼 이웃 ‘이주민’과 ‘새터민’의 부활미사 현장을 찾았다. 교구장 이용훈 주교는 올해 부활메시지에서 그들에 대한 배려를 당부한 바 있다. 진심으로 부활의 기쁨을 만끽하는 그들 안에 부활한 예수 그리스도가 자리하고 있다.
■ 피부 색깔, 말은 달라도 부활 기쁨은 하나
이렇게 많은 이주민들이 우리와 함께 살고 있었을까.
4월 4일 오후 4시30분. 부활을 맞아 수원대리구 고등동성당(주임 조남구 신부)을 가득 채운 이주민들은 참 많았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부활의 기쁨을 나누는 그들. 손을 꼭 잡고 성당의 계단을 오르는 모습이 애틋하다. 미사가 시작됐다.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베트남, 필리핀 등 다양한 나라에서 온 이주민들이 부활을 축하한다. 언어는 다르지만 부활을 기뻐하는 마음만은 하나다.
다양한 인종이 모이다보니 1독서는 베트남공동체가, 2독서는 페루공동체가, 화답송은 필리핀공동체가 준비했다. 재미있는 광경이다. 미사를 집전한 최병조 신부(이주사목 위원장)가 말했다.
“예수의 이름으로 여기 모든 국가의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부활의 예수는 여러분 모두를 기쁘고 행복하게 할 것입니다.”
각 공동체는 자신들의 마음을 기쁘게 봉헌했다. 정성스럽게 준비한 전통의상을 입고 과일과 꽃다발을 준비해 온 마음으로 예수의 부활을 축하한다. 봉헌을 하고 돌아서는 모습 하나하나에 기쁨이 가득하다.
■ 고향 내음 가득한 새터민의 부활 맞이
찜통 안에서 함경도 전통음식 아바이 순대가 익어간다.
뜨거운 김이 오르는 찜통 뚜껑을 열자 환호성이 들린다. ‘잘 익었다!’
이주민 부활미사가 열리던 같은 날 저녁, 부활의 기쁨을 함께 나누고자 교구 민족화해위원회(위원장 서종엽 신부) 안산 나르샤 쉼터에 ‘새터민’ 10여명이 모여 음식을 나눴다.
메뉴는 아바이 순대와 옥수수 국수. 직접 만들어 먹으니 고생스럽기는 해도 고향의 맛이 정겹다. 쫀득한 순대를 맛보며 서로 수다가 늘어졌다. 이날 모인 새터민 식구들은 남한에 정착한 시기도, 이력도 다르지만 한 가족이나 다름없다. 매주일 모여 미사를 봉헌하고 점심식사를 함께한다. 서로의 안부를 묻고, 정보를 교환하면서 관계가 더욱 끈끈해졌다.
서종엽 신부는 “이런 모임을 통해 남한 속에서 북한 문화 습관을 다시 찾는 기회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며 “훗날 이전 일들을 돌아볼 때 전례에 참석하고 음식을 나눈 이번 부활의 기쁨이 특별하게 기억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새터민 아녜스(34·안산대리구 대학동본당)씨는 “세례를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부활에 대해 정확히 알지는 못하지만 기쁨을 나누니 좋다”며 “친정집에 온 기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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